전 세계에 '위드 코로나' 신호탄 쏜 두바이

[글로벌 리포트 | 중동] 원요환 YTN 해외리포터(UAE)·현 A320 조종사

원요환 YTN 해외리포터(UAE)·현 A320 조종사

지난 주말 지인과의 약속이 있어 두바이몰에 다녀왔다. 집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로 꽤 가깝지만 평소 잘 안가는 곳이다. 커도 너무 커서 갈 때마다 뭔가 쇼핑이 아닌 운동을 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주차해놓고 어디다 주차한 지 잊어버려 2시간 동안 헤맨 아픈 기억도 있는 곳이다. 괜히 세계 최대 크기 쇼핑몰이 아니다. 생각해보니 몇 달만의 방문인 듯 했다.


두바이몰 안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몇 달 전에 왔을 땐 드문드문 텅 빈 공간이 많았는데 이젠 확실히 사람들이 많아진 게 느껴진다. 관광객도 제법 몰렸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의무 착용 등 여전히 지켜야 할 방역수칙은 있지만 점차 일상을 되찾아 가는 모습이다. 오랜만에 활기가 넘치는 광경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지금 이곳의 최대 관심사는 다음달부터 6개월동안 열리는 ‘두바이 2020 EXPO(세계박람회)’다. 이 대형 국제 이벤트를 위해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무려 10년 가까운 준비를 했으며, 그동안 돈도 400조원 넘게 쏟아부었다. 말이 400조원이지, ‘두바이 도시 전체’를 엑스포 전시장으로 만든다는 뭔가 석유재벌이 아니면 하기 힘든 발상 덕분이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작년에 터지면서 도쿄 올림픽처럼 두바이 엑스포도 1년 연기됐는데 이제 그 미뤄진 날짜가 드디어 다가왔다. 지난 여름 도쿄올림픽의 명과 암을 본 두바이의 각오는 비장하다. 전 국가가 엑스포 이벤트를 위해 지금껏 달려왔기에 만약에 이게 실패한다면 국가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다.


현재 두바이는 전 세계에서 손님 맞을 준비로 매우 분주하다. 두바이 엑스포 홍보를 위해 지난달부터 코로나 19 백신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에 대한 관광비자 발급도 다시 시작했다. 해외여행을 망설이게 하는 자가격리는 이미 없앴다. UAE 국적항공사를 타면 하루 엑스포 입장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도 하고 있고, 공공장소 내 방역수칙도 대폭 완화했다.


이를 보면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누가봐도 ‘위드 코로나’로 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만 해도 도시 전체를 록다운하고, 드론으로 밖에 나오는 사람을 감시할 정도로 규제가 심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엑스포를 계기로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기로 마음을 굳힌 듯 하다.


두바이가 이렇게 자신있게 위드 코로나를 천명할 수 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높은 백신 접종률이 첫째 이유일 것이다. 이미 UAE 인구 전체의 약 80%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으며, 외국인 임시거주자까지 포함하는 명목 수치상으로 120%를 넘었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백신을 잔뜩 맞았으니 코로나19에 걸려도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이다.


이미 걸릴 사람은 다 걸려서 집단 면역이 완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름 신빙성이 있는 분석인 것이 UAE 코로나 일일확진자 수가 올해 2분기까지 네 자릿수였는데, 현재는 방역을 대폭 풀었는데도 불구하고 세 자릿수이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사실상 외국에서 오는 사람이 아니면 더 이상 걸릴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백신을 맞았어도 코로나19를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엑스포 기간 동안 해외에서 유입될 새로운 타입의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도 있다. 잘못하면 엑스포란 국제 이벤트가 전 세계에서 모인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 종류의 배합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 섣부른 미래낙관이 금물인 이유다.


위드코로나로 방역과 경제를 다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엑스포 기간 동안 코로나 확진자도 잘 관리하면서, 동시에 전 세계 관광객들도 자국에선 느낄 수 없었던 자유를 두바이에서는 만끽할 수 있는 그런 이벤트를 만드는 것. 쉽지 않지만 지금 두바이가 해야만 하는 과제다. 과연 두바이의 ‘위드 코로나 국제박람회’ 도전은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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