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인수 동의 투표 시작, 뒤숭숭한 서울신문

15일까지 투표…13일 투표율 53%
"사분오열로 갈라져"…내부 분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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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은 지금 사분오열로 완전히 찢어져 있다. 이 신문사에서 내부가 이렇게 싸우는 건 처음 봤다. 우리사주조합 협상팀의 실력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생각이 냉정하지만 맞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무력감도 느껴지고 불투명한 미래로 인한 걱정, 돈에 팔려간다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과 조롱에 답답한 마음도 든다.”

회사의 미래가 결정되는 순간을 앞둔 서울신문 내부는 호반 인수 여부를 두고 세대 간 갈등, 직군 간 입장 차이 등으로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지난 6일 최종 협상안을 내밀며 열흘 안에 수용 여부를 알려달라는 호반그룹의 제안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은 13일 ‘호반건설의 우리사주조합 지분인수 제안 동의’ 조합원 투표를 시작했다. 15일까지 진행되는 조합원 투표는 첫날 투표율이 53.43%에 달했다.

지난 7월 호반이 우리사주조합 보유 서울신문 지분 29%를 전량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이후 우리사주조합과 호반은 사실상 단 두 번의 협상 만에 결과를 냈다. 갑작스레 결과지를 받아든 구성원은 협상안 수용 여부를 떠나 협상 과정 중 공청회 등 어떠한 사내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울신문 A 기자는 “서울신문 사원이 500명이 넘고, 딸린 가족까지 단순 계산해도 2000명의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 건데 기업의 인수합병을 그렇게 빨리 결정을 하고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었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한 협상 내용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청문회 과정을 거치는 게 절차적으로 합당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런 거 없이 ‘이게 최종 결과다 그러니까 표결을 해서 여부를 결정해라’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호반, 편집권 독립 요구 대부분 거부 “편집권 침해 의도로 읽혀”

최종 협상안 내용 자체가 미흡하다는 의견도 적잖다. 우리사주조합이 지난 6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투표 공고에 따르면 우리사주조합이 협상에서 제시한 ‘편집권 독립’ 사항에서 △발행인과 편집인 분리 요구안만 받아들여졌고 △편집인 임명 동의 투표 △기자가 사주와 경영진에 의해 상업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사를 쓰거나 편집하도록 강요받지 않고 △기자가 이런 강요와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불이익을 받지 않는 등의 조항은 호반이 거부했다. 또 대표이사가 후보 2명을 내정하면 편집국 투표로 선발되는 현행 편집국장 선출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편집권 독립 관련 협상안 결과에 대해 B 기자는 “편집인과 발행인 분리 외에는 기자들이 편집권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조항은 호반이 다 거부한 것”이라며 “이 자체가 편집권을 침해하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읽히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용 보장 방안, 인수 금액 상향 등도 우리사주조합이 세운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최종 협상안에는 △서울신문 단체협약 규정을 준수해 모든 직원의 실질적인 고용 보장하기로 했지만 △서울신문 사원의 전직 배치 금지 △구조조정 및 노동조합과 사원들의 동의 없는 분사 금지 조항을 단체협약과 사규에 적시해야 한다는 우리사주조합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호반은 최초 제안한 위로금 1인당 5000만원에 1000만원~4000만원의 추가 위로금(연차별 차등 책정)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애초 사주조합이 약속한 1인당 평균 1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결국 호반은 최초 인수 금액 510억원(지분 매입 300억원, 임직원 위로금 210억원)에서 추가 위로금 등을 합한 금액으로 한국프레스센터 절반을 소유한 서울신문을 인수할 수 있게 됐다.

제작국 C 직원은 “사주조합은 추가 위로금만 강조하는데 고용보장 같은 다른 복지 부분에서는 전혀 나아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종 제안과 함께 전달된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메시지에서 나온 “미디어 법인 설립 계획”에 대해서도 “사주조합이 먼 미래의 얘기라고 단정하고, 호반에선 결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하지만 일단 얘기가 나온 이상 미디어와 제작 인력을 따로 분사하겠다는 뜻이 있다는 것 아니겠나”며 우려했다.

사업국 D 직원은 “호반이 인수하면 1억원 정도 받게 되는데 이 돈이 전혀 유혹적이지 않다”며 “서울신문이 이제 사기업이 되는 거고, 미디어 법인 분사 얘기도 나오는 와중에 이 1억원 가지고 내 정년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겠나 싶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구성원이 무엇보다 우려하는 건 사내 분열이다. 우리사주조합 주식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시니어들과 앞으로 새로운 사주를 맞아야 하는 젊은 세대의 입장차는 분명하다. 2002년 이후 입사자는 주식을 거의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호반의 연차별 차등 추가 위로금 지급으로 아래 연차보다 위로금을 덜 받게 되는 중간 연차들의 문제제기도 나온다. C 직원은 “호반이라는 회사, 프레스센터라는 건물의 상징을 잘 모르는 갓 입사한 사원들은 9000만원을 받게 된다”며 “계약직 직원들의 우리사주조합 가입도 크게 늘었다고 들었다. 호반이 찬성표를 의식하고,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긴 것”이라고 말했다.

호반, 사장 선출 이전에 협상안 결정 요구

호반은 지난 6일 우리사주조합에 보낸 공문에서 “현재 진행 중인 서울신문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사추위 일정을 고려해 차기 사장 후보가 확정되는 16일 이전에 제안에 대한 전체 조합원들의 수용 여부를 결정해 줄 것을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우리사주조합은 사내게시판에서 호반이 16일 이전까지 결정을 요구한 배경에 대해 “호반은 지난 2년간의 소회를 가장 많이 이야기했다”며 “협상에는 돈 문제, 고용 문제가 핵심인데 시간을 너무 끌고 관계가 험악해지는 국면을 다시는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16일 이전에 결론을 내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일각에선 호반이 차기 사장 선임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으나 호반은 13일 열린 사추위 회의에서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곽태헌, 박홍기, 손성진 후보를 최종 면접 대상자로 올리는 것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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