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8인 협의체’가 지난 8일 첫 회의를 열었으나, ‘허위조작보도에 의한 피해구제’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양측의 견해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디데이’로 정한 27일까지 합의안이나 수정안이 나오지 않으면 기존 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가짜뉴스에 대한 피해 예방과 구제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언론중재법에 이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2라운드’를 예고했다.
이미 국회엔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 수 있는 법안이 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발의돼 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수십 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얻어내기 위해 투쟁해온 역사를 역행하는 논의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면서 “사회적 합의 없이 거칠게 진행되면 언론자유를 넘어선 민주주의 위협과 사회적 파괴가 일상적으로 일어날 거란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현업 5단체는 사회적 합의 기구로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 위원회’를 공개 제안한 데 이어 9일 국회에서 민주당, 정의당 의원실과 공동으로 ‘언론·표현의 자유와 미디어 피해구제 강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 모색’을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징벌’을 내세운 입법들이 위험한 이유로 “표현엄벌주의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손 변호사는 “표현행위에 주의와 책임성을 강조하는 것이 명분은 좋지만, 표현행위에 대한 자기검열이 심화할 수밖에 없고, 공론장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언론사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더 옥죄는 규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표현물 규제가 쉽게 논의되고 통과되는 나라다. 책임성만 강조하다 보면 전반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강력한 규제가 논의될 수밖에 없다”면서 “가짜뉴스가 없어지는 날은 오지 않는다. 악플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더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식의 논의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도 “규제 일변도의 정책, (언론을) 때려잡을 수 있다는 착각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성 회장은 “언론을 일반상품과 동일시하고 언론에 대한 국가개입을 당연시한다”면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분들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했다.
그는 ‘징벌’ 방식의 규제보다 자율적 규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허위보도나 잘못된 보도에 대해 언론계 스스로 규제하고 통제하고 관행을 바꿔나갈 수 있도록 하는 자율적 장치들을 앞으로 해나가려고 한다”면서 “서로 다른 이익과 관점을 가진 사업자, 종사자가 모여야 하고 언론 유통을 책임지는 플랫폼 사업자도 책임 있게 참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에서 잘되도록 지원하고 유도해줘야 한다. 국회가 할 일은 그것”이라며 “제대로 된 허위조작정보 대책은 언론계 스스로가 하도록 해달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 공동 주최자이자 토론자로도 참석한 정필모 민주당 의원 역시 “가장 좋은 건 자율규제”라는데 동의했다. 하지만 “자율적 규제가 그동안 안돼 왔으니까 최소한의 법적 규제라도 필요하다고 하는 거다. 세상 모든 일이 도덕과 윤리로 규율되면 법이 필요 없을 것”이라며 언론중재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사이버상 명예훼손 피해구제,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법안 등 이른바 미디어 관련 개혁 입법들도 정기국회 안에 다 같이 처리해야 한다면서 “내년 대선의 불확실성이 높은 지금이 언론개혁의 적기다. 그동안 여여가 바뀔 때마다 안 된 것을 한 번에 통과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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