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민일보 지면을 살피다 오피니언 필진 개편 알림에 눈이 갔다. 새로 추가된 필진 10명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는, 나열된 필진 사진들은 온통 양복 입은 남성뿐이라 다소 충격적이었다. 마지못해 여성 한두 명 정도 끼워 넣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느낌마저 들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오피니언 필진을 교체하거나 합류시킨 신문사들은 어떤지 찾아봤다. 지난달 23일 MZ세대 필진을 중심으로 하는 ‘나는 저격한다’ 온라인 코너를 신설한 중앙일보는 필진 11명 중 2명만을 여성으로 구성했다. 조선일보는 새 필진 6명 중 2명을, 한국일보는 8명 중 4명을 여성으로 선정했다.
전국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가 지난 3월 세계신문협회 ‘위민인뉴스(WIN)’ 보고서를 번역·발간한 <미디어를 위한 젠더 균형 가이드>에선 “미디어는 여성의 목소리와 사연, 의견 등을 누락하고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언어를 사용하는 등 불평등 문제 확산에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성 고정 관념과 성차별적 논조,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여성 취재원과 전문가들을 찾고, 남성과 여성의 보도 균형을 맞추는 등 젠더 고정관념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언론사의 적극적인 실천을 강조하기도 했다. 보고서에선 BBC와 블룸버그가 여성 전문가 취재원 데이터베이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젠더 균형 보도를 위한 언론사들의 노력들도 소개됐는데 국내 몇몇 언론사에겐 아직은 먼 이야기인 듯하다.
여성 전문가를 찾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언론사 내 토로가 나오는 것도 안다. 백방으로 알아봤는데 적당한 여성 필진을 찾기 어렵더라는 얘기가 어김없이 따라다니는 이유다. 그럼 이런 사례는 어떨까. 한겨레나 부산일보처럼 칼럼니스트를 공개 모집하거나 한국일보처럼 사내 추천을 받는 방식이다. 지난달 16일 오피니언 개편에서 절반을 여성 필진으로 구성한 이성철 한국일보 콘텐츠본부장은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내 추천 공모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갖고 있는 전문가 풀이 아무래도 남성 위주이다 보니 손쉽게 찾으려고 하면 남성 중심으로 짜일 수 있다. 여성 전문가는 덜 알려져 있고, 더구나 퀄리티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여성 필진을 찾는 작업이 쉽지는 않다”면서 “필진 개편 시즌이 되면 ‘좋은 필진이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사내 공고를 붙이는데 젊은 기자들과 여성 기자들이 추천하는 분들 중 좋은 여성 전문가들이 꽤 된다”고 했다.
언론사는 여성뿐만 아니라 세대, 지역, 직업 등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표출된 여성 전문가가 없다면 공모나 내부 추천 등을 통해 발굴해 내는 것도 배제돼 있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신문에서 더 많은 여성의 글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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