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총선 직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측근인 대검찰청 고위간부가 범여권 인사와 언론인에 대한 고발장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건네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당시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한 MBC 기자 5명이 고발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2일 “누구를 위한 MBC 기자 죽이기였나”라며 비위 감찰을 촉구하고, 보도내용의 진위와 더불어 지시 당사자를 밝히라는 성명을 냈다.
MBC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공정과 정의를 사수하고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를 해야 할 검찰이 누군가의 이해를 대변해 고발장을 조작하고 수사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발장 조작대상에는 ‘검찰개혁’을 외치던 범여권 주요 인사들 외에도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이동재 기자의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한 MBC 기자 5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며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고발장 조작으로 언론인 표적 수사에 나서려 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대검찰청은 진정 누구를 위해, 누구를 대신하여 MBC 기자 죽이기에 나섰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는 최근 윤 후보가 검찰총장이던 지난해 4·15총선 무렵,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MBC 기자 5명의 이름과 구체적인 혐의가 적힌 고발장을 대리 작성해 ‘고발인 란’만 비워둔 채 당시 김웅 국회의원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를 통해 당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고발장에 피고발인으로 적시된 인사 중엔 ‘검언유착’,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보도한 MBC 기자 5명, 뉴스타파 기자·PD 등이 포함됐다는 내용도 담겼다. MBC본부는 이 같은 보도내용을 거론하며 “사실이라면 대검찰청은 ‘고발 사건’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인에 대한 ‘표적 수사’를 진행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엄연한 검찰권 남용이자 검찰권 사유화이며, 사정기관의 양심을 저버린 차원을 넘어 헌법을 유린한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했다.
MBC본부는 특히 “핵심은 누구의 지시에 의한 고발 조작과 고발 사주였는지이다”라고 강조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외부에서 수집된 수사 정보는 물론 사회 각계각층, 검찰내부의 주요 동향까지 검찰총장에게 직보하고 검찰총장의 지시를 받는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자리”인 만큼 “이 자리에 있던 손준성 검사가 검찰과 검사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언론인들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해 이를 제1야당에 전달했다면 이는 결코 손 검사 개인이 독단적으로 결정해 실행할 수 있는 범주의 행위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에 MBC본부는 “검찰은 당장 손 검사에 대한 비위 감찰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이를 통해 “보도 내용의 진위를 밝히고, 대검찰청을 개인의 하청업체처럼 사유화하려한 ‘지시 당사자’가 누구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MBC본부는 지난 2016년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임명될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검사가 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이지 검사입니까?”라는 발언을 언급하며 “범여권의 ‘검찰 개혁’ 추진과 MBC의 ‘검언유착’ 보도에 대한 대검찰청의 보복성 고발 사주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윤 후보는 스스로 책임을 지고 조사에 임할 뿐 아니라 대통령 후보직에서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윤석열 캠프는 2일 “윤석열 후보는 검찰총장 재직 중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고발을 사주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는 복수 매체와의 통화에서 “황당한 내용” “고발장 전달 사실 자체가 없다” “아는 바가 없어 해명할 내용도 없다”고 답했다.
반면 이진동 뉴스버스 발행인은 2일 tbs 라디오에 출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사실확인을 거친 SNS 증거가 있고, “(자료가) 손 정책관에서 김 의원에게로 넘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 위법성을 인식하면서 김웅 의원이 전달받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자료, 취재자료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보도 이후 김오수 검찰총장은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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