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프리미엄' 비공개 베타 3개월… 성적표 받아보니
[서비스 구조 개선·새 전략 필요할 듯]
상위권 채널엔 주로 '부동산·코인'
코인데스크 등 경쟁력 차별화 눈길
네이버, 개방형으로 내달 정식 오픈
네이버 유료 구독 플랫폼 ‘프리미엄콘텐츠’가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를 시작한 지 3개월이 흘렀다. 이목이 쏠렸던 오픈 초기와 달리 업계의 시선은 뜨뜻미지근하다. 저마다 3개월간의 성적표를 받아든 참여사(기성언론사)들도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다. 성패를 판단하기엔 섣부르지만, 향후 의미 있는 성과를 내려면 네이버의 서비스 구조 개선과 언론사들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월 오픈 당시 프리미엄콘텐츠엔 25개 채널이 입점했다. 기성언론사·관계사 8곳이 13개 채널을 선보였고 전문가와 전문매체 등 전문창작자들도 참여했다. 뒤이어 지난달 29일 22개 채널이 추가로 개설됐다. 기성언론사보단 베스트셀러 작가, 애널리스트, 부동산전문가, 음악평론가 등 각 분야 전문가와 인플루언서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가장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채널은 24일 기준으로 부동산 플랫폼 스마트튜브가 운영하는 ‘부동산조사연구소’다. 부동산 전문가가 지역별 부동산 수요 등을 분석한 자료를 제공하는 이 채널은 지난달 2차로 입점했다. 신규 구독자 한 달 무료 이벤트 영향 때문인지 구독자 수 상위 10개 채널 가운데 6개가 2차로 입점한 곳이다. 지난 5월 개설된 채널 가운데 유료 구독자가 가장 많은 곳은 한겨레 자회사 코인데스크코리아가 만드는 ‘코인데스크 프리미엄’(전체 4위)이다. 뒤이어 기성언론사가 참여한 채널 중에선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의 ‘소소소설’(전체 8위)이 올라있다.
상위권 채널엔 크게 2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부동산과 코인 등 정보 수요가 많고 돈벌이가 되는 경제 콘텐츠의 강세다. 구독자 수 1위, 3위, 7위 채널이 부동산, 4위는 코인, 9위는 경제 트렌드를 다룬다. 11~15위 채널도 부동산이나 주식 등 경제 이슈를 내세웠다.
특히 코인데스크는 타깃과 콘텐츠를 차별화해 경쟁력을 높였다. 코인데스크코리아(코데코)의 주요 독자는 코인 투자를 깊게 하는 사람이거나 업계 종사자다. 반면 코인데스크 프리미엄 이용자는 코인 투자로 돈을 벌고 싶은 일반인이다. 코데코 웹사이트엔 블록체인기술부터 규제 이슈까지 폭넓게 다루지만 프리미엄에선 코인 투자 정보에 집중한다.
김병철 코데코 편집장은 “어디서나 무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환경에서 굳이 돈을 내게 할 유인을 만들려면 구독료 이상의 돈을 벌게 해주는 콘텐츠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한 분야라도 종합적으로 다루기보다 부동산에서도 경매만 집중하는 것처럼, 주제의 뾰족함이 있어야 콘텐츠 유료화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채널 운영자 또는 화자의 팬덤도 중요한 요소다. 구독자 순위 8위인 소소소설 채널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직기자 중에서 네이버 기자페이지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남형도 기자(약 5만명)가 직접 콘텐츠를 연재하고 있어서다. 온라인매체 ‘ㅍㅍㅅㅅ’를 창간한 이승환씨 역시 팬층을 기반으로 ‘고해상도’ 채널(2위)에서 많은 구독자를 확보했다. 구독자와의 유대감이 중요한 뉴스레터 서비스를 해온 ‘미스터동’(5위), 유명 작가 오소희씨의 ‘그 언니의 방’(6위)이 상위권에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기성언론사가 내놓은 채널에선 이런 흥행 요소를 찾기 어렵다. 준비 과정에서부터 콘텐츠와 타깃에 대한 깊은 고민보단 ‘네이버가 한다니까’, ‘다른 데도 참여한다니까’ 입점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당장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프리미엄에 시간과 인력을 투자하기보다 기존 콘텐츠를 재활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새로운 콘텐츠여도 생각보다 구독자의 지갑을 열리게 하는 덴 역부족이었다. 아직 CBT 기간이긴 하지만 주요 채널의 구독자는 수백명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2900~4900원에 형성된 월 구독료를 적용하면 기성언론사로선 당장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
프리미엄에 참여한 A 언론사 담당자는 “타사들 따라서 들어가긴 했는데 현실적으로 여기에 집중하긴 어렵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 여력이 없으니까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B 언론사 간부는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뉴스 콘텐츠는 유료구독모델로서 한계가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며 “지금으로선 비용이나 투자는 최소화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찾아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다음 달 프리미엄을 콘텐츠 창작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드나드는 사람이 늘면서 구독자 규모를 키우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기성언론사를 포함한 하위권 채널엔 경쟁자 증가로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 C 언론사 관계자는 “네이버가 프리미엄을 제안할 때만 해도 언론사별 네이버 구독자의 1%는 프리미엄에 들어갈 거라 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서비스 구조도 접근성이 떨어져서 정식 오픈 땐 개선해야 한다”며 “네이버도 언론사들도 현 상황을 유지하면서 유료 구독모델 안착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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