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덕 경향신문 뉴콘텐츠팀 기자는 요즘 ‘밭’을 일구고 있다. 가족들과 도시텃‘밭’을 가꾼다. <서울 말고 로컬> 연재로 지역에서 “나만의 ‘밭’을 일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같은 팀 구성원들이 흥미에 따라 버티컬채널을 운영할 때도 그는 채널 ‘밭’(facebook.com/baht.local)에서 농촌 이야기에 천착한다. 그는 “다른 삶을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싶은 거죠. 매일 한 시간 이상씩 사람 많은 지하철에 끼여 다니면서 가족과 보낼 시간도 없이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하는 그런 삶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요”라고 지난 20일 말했다.
<서울 말고 로컬>은 매우 개인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기획이다. 스스로 “지역에서 살고 싶어서” “농촌 가는 걸 꺼려하는 와이프를 설득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직접 방문하거나 체험한 경남 밀양 다랑논 경작, 전남 목포 스타트업, 충북 괴산 카페, 충남 공주 책방, 충북 옥천 잡지사 모두 “이렇게 살아볼까” 혹은 “여기서 살까 고민했던” 후보지에 가깝다. 지난 6월 말부터 PD 1인과 일주일에 한 번 지역을 방문해 기사·영상을 제작했다. 여건이 어려울 땐 최근 제주 잡지사와 충남 홍성 밀키트 스타트업처럼 전화 취재로라도 일주일에 두 꼭지는 내놓으려 한다. 도시텃밭 농사기록인 <텃밭일기>도 연재 중이다.
사심 가득한 농촌 기사는 전례가 있다. 10년차가 된 지난해 그는 “5년마다 위기가 온다”는 말을 몸소 체감하며 퇴사를 고민했다. “기자는 나와 맞지 않다”는 생각에 <사표 쓰고 귀농>하겠다는 일념(?)으로 연재를 했다. “농사 짓는 게 쉬운 줄 아냐”는 아내의 반대에 경기도 수원에서 나고 자라 현재 부천에 사는 ‘도시남’은 충남 홍성, 전북 완주, 전남 순천, 경북 봉화를 다니며 농사를 지었다. 귀농학교까지 다니며 답을 찾아봤다. 기자로서 “소도시로 내려가 ‘반농반X’(절반은 농사, 절반은 하고 싶은 일)로 사는 분들이 많은데 농촌이라고 꼭 농사만 짓는 게 아니라 독자들에게 이런 삶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 개인으로선 ‘농사가 아니더라도 살 수 있더라고...’ 정도의 항변일 것이다.
언론사 인턴 때 만난 이문재 시인에게 전공인 농업경제학에 대해 ‘우리 농촌과 농업을 공부하는 좋은 학문’이란 말을 듣고 “놀랐고, 충격을 받았”던 일이 시작이었다. 이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농촌전문기자 양성과정을 수강하고 “농촌에서 희망을 만드는 분들을 만나며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 늘 “농촌 저널리즘”을 꿈꿨지만 서울 종합일간지에선 쉽지 않았다. 다만 “예전엔 농업전문기자를 회사에서 안 시켜줄 거라 비관하며 스스로 가둔 측면이 있었다면 지금은 어느 부서에 가도 못 다루진 않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그렇게 시간을 견뎌낸 관심은 업에 대한 책임감으로 더 단단해졌다.
“부천에 수도권에 남은 거의 유일한 농지가 있어요. 몇 년 전엔 들고 일어났는데 3기 신도시가 들어온다니까 잠잠해요. 저도 청약을 넣어야 하나 싶고요. 한쪽 논리만 흘러요. 제 자신의 욕망과 싸우는 일이기도 한데 거길 지키던 사람들 이야기로 농촌농업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죠.”
이 기자는 요즘 ‘밭’을 일구고 있다. 가장 개인적인 관심사에서 시작된 다른 삶의 가능성은 그렇게 누군가를 위한 과실을 예비한다. 2011년 입사해 경제부, 사회부, 모바일팀에서 일하고 여러 기획팀을 거친 기자는 막 움을 틔운 싹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나도 농촌출신이지만 시골을 생각하면 막막하다’던 선배가 ‘지금 농촌에도 이런 얘기가 있구나’ 하세요. 편견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만족해요. 농업에 관심 있는 동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고민을 하고 같이 키워가고 싶은데 너무 답답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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