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195개 지회 1만여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코로나19와 한여름 무더위에 노고가 많으시지요. 안녕하시냐는 인사를 건네기도 민망할 정도로 ‘기자’를 둘러싼 안팎의 상황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지난 8월11일자 기자협회보 1면에 기자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주제로 한 기사가 게재되었습니다. 협회가 창립 57주년을 맞이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기자들의 직업 만족도는 4년 연속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최근 언론계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른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계와의 충분한 숙의 없이 추진되면서 우리 기자들의 취재·보도 활동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 자명합니다. 언론자유 침해는 국제적 조롱거리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우리가 자초한 측면도 있습니다. ‘진영 논리’에 갇혀 서로 평가 절하했고, 확증편향에 빠진 정파적 보도로 우리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렸습니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뼈아픈 자성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국민들은 언론을 검찰, 국회와 함께 개혁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기자들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신뢰 회복은 불가능합니다. 국민들이 일일이 ‘가짜뉴스’나 ‘편향 보도’를 판단하고 걸러내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정의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야 합니다.
언론신뢰 회복은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언론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시급한 과제가 산적합니다. 정상적인 언론 생태계를 파괴하는 ‘포털 권력’은 가장 우선적인 개혁의 대상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공영방송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민주당이 꼭 지켜야 할 약속입니다. 신음하는 지역 언론을 살리기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은 절박합니다. 편집권이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언론관계법도 개정해야 합니다. 시급한 과제가 한가득인데 기자들의 어깨를 더욱 처지게 만드는 소모적인 ‘징벌적 손배제’ 논쟁에만 매몰된 정치권의 현실이 딱하기만 합니다.
한국기자협회 창립 57주년에 즈음해 창립 정신을 떠올려봅니다. 한국기자협회는 1964년 8월 17일 박정희 군사정권이 추진하던 비민주 악법인 언론윤리위원회법 저지를 위한 투쟁의 구심체로 창립됐습니다. 당시 기자협회를 중심으로 모인 일선 기자들의 강력한 반대 투쟁은 결국 서슬이 퍼런 박정희 정권조차 굴복시키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돌이켜보면 기자협회의 역사는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권력의 탄압과 자본의 회유에 맞서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다가 많은 분들이 수배, 투옥 등의 고초를 겪었습니다.
지금의 시련도 넉넉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5년 전 국정을 농단한 권력을 무너뜨리는데 우리 언론이 결정적 역할을 했을 때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은 하늘을 찔렀습니다. 우리 기자들이 국민들의 환호와 지지를 받으며 신명나게 일할 날이 분명 다시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올해 한국기자협회 창립 57주년 기념식은 안타깝게도 코로나19 4단계 거리두기로 취소됐습니다. 언론계 원로 선배부터 1, 2년차 새내기 기자들까지 한자리에 모여 정담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무척 아쉽습니다. 기념식은 열지 못하지만 창립기념일에 즈음해 선배들의 ‘기자 정신’을 되새기며 작금의 언론 현실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코로나19가 하루 확진자 2000명을 넘어서는 등 악화일로입니다. 코로나19 취재 최일선에서 고생하는 기자들을 비롯해 모두가 어려운 환경이지만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민들에게 의미있는 뉴스를 전달하기 위한 사명감과 정의감으로 조금 더 힘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한국기자협회는 회원 여러분들을 위한 버팀목이고 기댈 언덕입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언제든 문을 두드려 주십시오.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뚜벅뚜벅 정진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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