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더운 여름이었다. 체감온도 4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코로나19로 마스크까지 쓰고 거릴 나서면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이 폭염 속에서 현장 노동자들은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올 7월 무더위에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4명이 사망했다. 올해 질병관리청에 신고된 온열질환 환자는 전년대비 2.6배나 증가했다.
폭염 피해가 잇따르고 정부도 대응에 나서자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건설현장, 택배노동자, 경비원 등 뙤약볕에서 일하는 이들의 고충을 담은 기사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르포, 체험형으로 폭염 기획을 선보인 언론사들이 눈에 띄었다. 한겨레신문의 <노동의 온도> 시리즈와 KBS창원의 <폭염 속 노동현장> 연속 보도다.
한겨레는 “폭염 속 일터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고충을 들여다본다”는 취지로 현장을 찾았다. 지난달 29일 ‘노동의 온도’ 첫 기사는 인터넷 전송망 관리노동자의 하루를 다뤘다. 고소작업차량에 몸을 싣고 지상에서 4.5m 위, 그늘 하나 없는 전봇대에서 몇 시간씩 일하는 모습이었다. 그날 기온은 37도였지만 작업 현장은 54도까지 치솟았다.
한겨레 기자들은 뙤약볕에 무거운 상자를 들고 뛰어다닐 수밖에 없는 택배노동자, 달궈진 철근과 시멘트 사이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악취를 참아내며 일하는 폐기물처리업체 노동자들을 만났다. 실내에서 근무하지만 냉장·냉동 창고와 폭염을 오가다 몸이 고장난다는 신선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어려움도 기사에 담았다.
장예지 한겨레 기자는 취재를 위해 물류업체 신선센터에서 꼬박 12시간을 일했다. 7도 남짓한 냉장창고에서 택배 포장을 하다 하루 10차례, 30도가 넘는 땡볕으로 이동하는 순간 가벼운 어지럼증을 느꼈다고 했다.
장 기자는 “폭염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으로 노동 현장의 온도를 측정했다. 야외뿐 아니라 실내작업장도 다뤄 남성과 여성, 다양한 세대가 폭염 속에서 일하는 고충을 담으려 했다”며 “특히 ‘폐기물처리업체’편은 더위 속 노동을 넘어 계절과 상관없이 노동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내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BS창원 기자들도 폭염에 노출된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며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취재원을 따라다니거나 스케치하는 방식이 아닌, 기자가 직접 체험하는 취재는 KBS창원으로선 사실상 처음 하는 시도였다.
기자들은 일일 건설노동자, 아파트 경비원, 택배노동자가 되어 현장에 투입됐다. 지난달 22일 방송된 ‘건설노동자’편은 40㎏에 달하는 시멘트포대를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하다 땀범벅이 된 이형관 기자의 모습을 담았다. 같은 달 26일 리포트에서 차주하 기자는 재활용품 분리와 주차 단속을 했고, 이튿날 윤경재 기자는 직접 택배를 배달했다.
차 기자는 “그동안 이런 현장에선 마이크 들고 취재원을 따라다니기만 했는데 이번엔 직접 노동자가 돼서 실상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실제로 취재보다는 사수에게 일을 배운다는 느낌이 들어 고충을 체감할 수 있었다”며 “보도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반응이 있었다. 앞으로도 체험형 르포기사를 시도해 사회적 화두를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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