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이게 최선입니까?

[컴퓨터를 켜며] 김고은 기자협회보 편집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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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 기자협회보 편집국 차장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1일 MBC의 최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와 감사를 선임했다. 방문진 이사엔 강중묵 전 부산MBC 사장, 권태선 리영희재단 이사장, 김기중 변호사, 김도인 현 방문진 이사, 김석환 전 한국인터넷진흥원장, 박선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능호 전 MBC 기자, 임정환 전 MBC 보도본부 센터장,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나다 순) 등 9명이, 감사엔 박신서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이 임명됐다. 상임직인 방문진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으로 선출하는데 연장자가 맡는 관례에 따라 권태선 리영희재단 이사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권 이사장은 방문진 이사에 지원하면서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KBS 시청자위원장직을 중도 사퇴해 ‘방문진 이사장 자리를 약속받은 거 아니냐’는 의심을 산 바 있다. 두고 봐야 알겠지만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뀐 사례는 과거에도 무수히 많았다.


내정설의 주인공은 이사장만이 아니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1일 성명을 내고 “방문진 후보들의 면접 심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이미 일부 유력인사들의 방문진 이사 내정설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정설의 주인공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오늘 발표된 최종 선임 명단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의 입김을 배제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공영방송 이사를 심사하겠다던 방통위의 약속은 허언에 불과하였음이 증명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방통위로선 ‘우연히’ 그렇게 된 것뿐이라고 항변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방통위의 ‘진심’을 믿어주기엔 방문진을 포함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절차가 너무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방통위는 방문진과 KBS, EBS 이사 후보자를 공개 모집하고 이들의 지원서를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해 국민 의견 접수까지 했으나, 그 뒤로는 모든 게 비밀에 부쳐졌다. 지난 4일 1차 검증을 통과한 면접대상자를 선발한 과정도, 면접 일시와 내용·방식도, 방문진 이사로 최종 9인을 선임한 결정도, 모두 비공개였다. 방통위가 앞서 공언한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면접심사를 통해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국민을 대신하여 질의하고 그 주요 질의응답 내용을 공개하는 등 국민 참여의 폭을 넓히”겠다는 약속은 무색해졌다. 방통위는 달랑 명단만 공개하면서 어떤 부연설명도 없었다. 애초에 방통위 공모 조건에 ‘결격사유’만 기재돼 있을 뿐 ‘자격요건’은 없었으니, 이들이 어떤 자격과 역량을 갖춰 선임됐는지 판단할 근거가 없다. 여야 3대2로 나뉜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무기명 투표로 결정했다고 하니 여야의 정파 구도가 방문진 이사 구조에도 그대로 반영됐겠거니 하는 ‘합리적 의심’만 남았다.


방통위원들이 면접에서 “국민을 대신하여 질의”하고 “주요 질의응답 내용을 공개”하겠다는, 실천도 못 할 약속이 멋쩍었는지 방통위는 13일 EBS 후보자 지원접수 마감 및 지원서 공개 일정을 밝히면서 “투명한”, “국민참여”와 같은 표현은 쓰지 않았다. 방통위는 이달 말 KBS 이사 추천과 다음 달 중순 EBS 이사 선임을 앞두고 있다. 애초에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고 슬쩍 말을 거두는 것보단 어떻게든 노력이라도 해보는 게 더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방통위에 거는 마지막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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