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고, 절반 이상을 사회부에서 보냈습니다. 사건 사고를 쫓다 보니 안타까운 기억들이 많습니다. 참혹한 시신도 봤고, 끔찍한 현장에도 있었습니다. 여러 가슴 아픈 상황들을 목도했지만, 이번 사건은 정말 충격과 분노 그 자체였습니다.
제보를 받자마자 다른 취재를 뒤로하고 이야기를 들으러 갔습니다. 고인의 부모님과 가족들을 차례로 만나 여러 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했습니다. 유가족들은 고인이 겪었던 마지막 80여 일, 그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소상히 털어놓았습니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사건이 단순한 개인적인 사안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울면서 취재를 했습니다. 유가족들과 처음 인터뷰를 하면서, 고인이 스스로 삶을 정리하는 마지막 장면을 보고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과 함께 눈물이 밀려 나왔습니다. 밤늦게 인터뷰 녹취를 풀면서도, 통화를 하면서도 울었습니다. 눈물이 많은 편도 아닌데 기사 쓰다가도, 그냥 집에 혼자 있다가도 울음이 나왔습니다.
단 한 가지만 생각했습니다. 이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 싶다! 고인의 삶과 죽음 이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대체 누가 왜 어떤 이유로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 밝히고 싶었습니다. 고인의 부모님과 했던 약속을 떠올리며, 부족했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취재에 임했습니다.
첫 사건이 발생한 지 다섯 달이 지났고, 보도로 사건이 공론화된 지 꼭 두 달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유가족들은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건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고,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망망한 취재의 바다에서 키를 잘 잡아주신 팀장과 시경캡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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