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차관이 변호사 시절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때렸다.”
시작은 이 한 줄이었습니다. 의혹과 의문은 쏟아지는데 명확하게 드러난 실체는 없었습니다.
SBS 법조팀은 사안을 무겁게 인식하고 지난해 말부터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피해 택시기사와 수사기관 등을 지속적으로 취재해왔습니다. 지난한 설득과 검증의 시간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용구 차관을 포함한 관련자들은 입을 굳게 닫았고, 판치는 ‘카더라’ 사이에서 팩트를 발굴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조금씩 퍼즐이 맞춰져 갔습니다.
한겨울 시작한 퍼즐 맞추기는 여름의 첫머리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37초짜리 영상의 힘은 컸습니다.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가차 없는 ‘멱살잡이’는 법치 수호 최전선에 있다는 법무부 차관의 상과는 멀고도 멀었습니다. 상상에만 맡기던 ‘그날 밤’을 한 컷 한 컷 확인한 시민사회는 분노했습니다. 판사 출신 법률 전문가가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거짓 진술을 종용했다는 증언에 허탈감마저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책임 회피로 일관하던 이 차관은 SBS 보도 직후 고개를 숙였고, 청와대는 미뤄오던 그의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숙제는 여전합니다. 고위 공직자의 자격과 역할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이 던져졌습니다. 고위 공직자의 검증 체계나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석연치 않은 점 역시 여럿 남아있습니다. 기자협회의 격려에 힘입어 진실의 퍼즐이 완성될 때까지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묵묵히 취재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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