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예산(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은 누가 뭐라고 하지 않으면 정부와 지역 모두가 행복한 예산입니다. 지역은 하고 싶은 사업을 균형발전이란 포장을 씌운 뒤 중앙 정부 돈으로 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예산을 주는 것만으로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내세울 수 있습니다. 지역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실상을 알면서도 눈을 감습니다. 이렇게 16년간 144조원이 균형발전예산으로 쓰였습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해마다 커졌고 지방 소멸 현상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 많던 예산은 어디로 갔는지 이제는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취재의 계기였습니다.
균형발전예산은 특이한 예산입니다. 전국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17개 시·도와 226개 시·군·구 예산서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은 지난한 일이었습니다. 낯선 예산 기사에 누가 관심을 가질까 의구심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고향이 지방이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습니다. 서울 출신이 아니라서 관심을 갖고 취재하는 것이냐는 뉘앙스가 지역 문제를 언론이 왜 그리 소홀히 대했느냐는 질타로 느껴져 부끄러웠습니다. 상을 주신 이유가 지역 불균형 현상에 감시와 비판의 날을 끊임없이 세우라는 뜻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취재가 이현령비현령식으로 흘러오던 균형발전 정책에 작은 경종을 울렸기를 바랍니다.
균형발전예산 총액을 집계하는데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의 도움을 크게 받았습니다. 예산이 쓰이는 현장을 생생한 사진으로 포착한 윤성호 선배와 십수년치 예산서를 일일이 들여다보며 문제점을 찾아낸 방극렬·권민지 기자의 수고로움이 컸음을 밝힙니다. 취재의 시작부터 마지막 기사 마침표까지 꼼꼼하게 살펴준 권기석 선배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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