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중과실로 인한 언론의 허위·조작보도에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물도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8월 국회 뇌관으로 부상하면서 여야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10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달 27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여당이 강행 처리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절차상, 내용상 하자가 많은 언론징벌법, 언론재갈법”이라며 “원천무효”를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언론 자유를 보장하면서 국민 피해도 바로잡기 위한 가짜뉴스 방지법”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국민의힘 뿐 아니라 언론·학계·법조계 등 각계에서 우려와 비판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민주당은 8월 국회 처리를 강행할 태세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0일 언론중재법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두텁게 보장하는 개혁 법안, 민생 법안”의 하나로 언급하며 “8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원내대표는 “야당이 정쟁거리로 삼고, 언론단체가 집단행동에 나설 만큼 우악스러운 법은 아니”라며 “언론통제, 재갈 물리기, 1도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번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됐을 때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현저히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과거 ‘언론장악’으로 악명이 높았던 국민의힘 안에서도 나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정권을 위한 법이 아니라 단지 권력자를 위한 법이 될까 걱정”이라며 “누가 집권하든 이 법안의 유혹을 떨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을 스스로 넘어지는 풀같이 만드는 환경이 우리 정치권과 대한민국을 위해 필요할까 하는 원초적 질문을 하고 싶다”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라고 했다. 야당 측 간사인 이달곤 의원도 기존에 발의된 언론중재법 16개 안을 통합한 민주당 대안이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전문위원 검토 등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여당 일방에 의해 통과된 점을 꼬집으며 “우리도 안을 만들고 있다. 이 안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제4부에 해당하는 언론을 다루는 만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충분히 논의해보자”면서 일단 이날 의결 시도는 하지 않고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안건심사에 참여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8월 국회 처리를 목표로 하는 만큼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민주당은 25일 국회 본회의 처리와 이에 앞서 법제사법위원회 처리 일정 등을 감안해 오는 19일 전체회의 통과를 ‘디데이’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단체들은 8월 강행처리 중단과 법안 철회를 주장하며 국민공청회 개최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6일 여야 주요 4당과 언론관련 4학회, 언론시민 4단체, 언론현업 4단체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국민공청회를 8월 중에 개최할 것을 긴급 제안했다. 언론노조는 “국민공청회를 통해 언론피해 구제 확대와 언론책임 강화, 언론자유 보호 사이의 균형적 대안을 보다 차분하게 모색해 나갈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고 밝혔다. 관훈클럽·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언론 6단체는 9일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언론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들 단체는 결의문에서 “언론인들은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처리에 대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입법 독재로 규정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