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협회 탈퇴 논의… "대체 지표 확정땐 남을 이유 없죠"

대거 탈퇴땐 해체… 문체부가 제시한 '구독자 조사'도 여러 한계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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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이달 초 한국ABC협회 부수공사의 정책적 활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신문사들이 ABC협회 탈퇴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아직 관련법이 통과되진 않아 추세를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부수공사를 대체할 지표가 확정되면 ABC협회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일부 신문사들은 구체적인 탈퇴 계획까지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종합일간지 A 상무는 “탈퇴할 계획이고 하반기 부수공사에도 참여하지 않는다”며 “ABC협회 이사사들과도 얘기하고 있지만 어차피 ABC협회가 유명무실해져서 (다들) 탈퇴하는 걸로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사들이 대거 탈퇴할 경우 ABC협회는 해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ABC협회는 회원사 회비와 1995년 조성된 80억원의 기금 잔액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문체부가 이미 공적자금을 환수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회비마저 끊기면 사실상 존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애초 신문사들이 ABC협회에 가입한 이유도 지난 2009년 ABC협회 부수공사에 참여한 신문·잡지에만 정부광고를 주겠다는 문체부 방침 때문이었다. 이후 가입사가 대폭 늘어나 현재 신문과 잡지, 전문지 등 ABC협회의 오프라인 매체 회원만 총 1548개사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국ABC협회 사무검사 조치 권고사항 이행 점검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이날 황희 장관은 ABC협회의 조치권고 불이행에 따라 ABC 부수공사의 정책적 활용 중단, 언론 보조금 지원 기준에서 제외, 공적자금 환수 등을 밝혔다. /뉴시스


일부 회원사들은 이 때문에 ABC 제도 자체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 지역일간지의 B 독자서비스국장은 “ABC가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며 “광고주에게는 신문이 몇 부 나가는지 보다 누구한테 어떻게 나가는지가 중요한데 지금 부수공사 보고서는 의미 없는 숫자의 나열에 불과하다. 게다가 신문협회 설문조사를 보면 신문사들의 65%가 CMS를 활용해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데, 미래지향적으로 봤을 때 ABC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체부가 부수공사 대안으로 내놓은 ‘구독자 조사’ 역시 여러 한계들이 노정돼 있어 불신이 큰 상황이다. 한 경제지의 C 전무는 “설문조사 방식으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지 의문인 데다 대형 신문사들은 어떻게든 독자를 부풀려 보이게 하는 여러 기술과 방식을 만들어내 우위를 점할 것”이라며 “기형적인 ABC 제도를 없애고 다른 방식을 꾀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포털 내 뉴스 유통 구조에서 혼탁해지는 언론 환경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지가 중요한데 (조사 방식의 변화만으로) 본질적인 시장 정상화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종합일간지 D 전무도 “열독률 조사가 자칫 잘못하면 또 다른 부수 경쟁을 초래해 무가지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제대로 시간을 갖고 대안을 연구해야지 임시방편으로 지표를 만드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선 아예 ABC협회 운영을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법은 그대로 두되, 매체사들은 모두 탈퇴하고 광고 집행 근거 자료가 필요한 정부와 광고주, 광고회사들이 회비를 내 ABC협회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부수공사 대상인 신문업계가 주도하는 구조를 탈피할 수 있을뿐더러 정부광고를 유인으로 신문사들의 부수 검증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논리다.


A 상무는 “언론사들이 정부광고를 받기 위해 ABC협회에 회비와 실사비를 내고 있는데, 그 비용은 정부나 광고주들이 내서 운영하고 대신 정부광고가 필요한 신문사들이 실사에 참여하면 된다”며 “정부광고 비중이 큰 곳들은 참여하고 그렇지 않은 곳들은 참여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 “지금 부수공사에 참여하지 않는 곳들 중 인쇄매체가 아니라 홈페이지에 배너를 걸어주는 식으로 공기업 광고를 하는 (편법을 쓰는) 곳들이 있는데 관련 규정이 전혀 없다”며 “(인쇄매체 광고뿐 아니라) 인터넷 광고에도 방문자 수나 PV 등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ABC협회는 오는 30일 이사회를 열어 차기 회장 선출 안건을 심의한다. 이성준 ABC협회 회장의 임기가 만료된 상황에서 총회를 열기 전 준비작업 성격의 회의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후임 회장을 선출해 ABC협회의 정상화를 모색할지, 또 다시 파행을 거듭해 해체 수순을 밟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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