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면 태풍이나 집중호우와 같은 자연재해가 잇따른다. 20년 전 이맘때도 그랬다. 2001년 7월15일 새벽, 서울과 경기 지역엔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시간당 최고 99.5㎜를 기록한 비였다. 이 집중호우로 66명의 사상자가 나오고 수많은 주택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언론사 사옥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아일보는 이날 호우가 쏟아질 당시 배수펌프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지하 4층과 5층의 변전실과 기계실이 침수 및 정전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 때문에 사내 집배신 시스템이 저녁 8시쯤 재가동돼 16일자 초판을 발행하지 못 하고, 자정이 돼서야 신문 제작을 마쳤다. 중앙일보도 이날 의주로 하수구가 막히고 사옥 인근 재개발 공사장의 빗물이 쏟아져 들어와 지하 4층이 완전히 잠기고 지하 3층이 무릎 높이까지 침수됐다. 이로 인해 16일자 초판 신문을 제작하지 못 했고, 이후 한동안 본사 신문 인쇄 물량을 가락동과 안산 공장에서 제작했다. 당시 중앙일보 전략기획실은 피해 규모를 10억원대로 추산했다.
CBS도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능곡 송신소가 침수돼 15일 새벽 1시20분부터 5시까지 약 4시간동안 라디오 방송이 정파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송신소 바로 옆 건설공사장에 유입된 빗물이 제방을 무너뜨리고 송신소 쪽으로 밀려들면서 발생한 사고였다. 이로 인해 안테나 시설 바로 아래 튜닝박스까지 침수됐고, 송신소 기술자들이 근무하는 숙식동 지하도 완전히 물에 잠겨 큰 피해를 입었다. 밤사이 수도권에 피해가 속출하며 당시 재난방송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MBC는 새벽시간 아예 기자들을 현장에 내보내지 않았고, SBS와 KBS의 경우 기자들을 긴급 호출해 비상체제에 돌입했지만 특보 시간이 늦어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이후에도 미흡한 재난방송은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비판을 의식한 듯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재난방송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연내 구축한다고 밝혔다. 각 방송사들도 재난방송 수준을 고도화하기 위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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