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구성원들이 호반건설의 지분 인수 제안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사주조합이 지난 19~23일 조합원 대상 투표를 진행한 결과 ‘협상 착수 동의안’에 찬성하는 구성원이 전체의 56.07%를 차지하며 안건이 가결된 것이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호반건설은 서울신문의 지분 48.41%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될 전망이다.
서울신문이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을 늘려 완전한 독립 언론이 될 가능성을 적극 검토했던 사실을 알기에 이번 결정이 다소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생존을 논해야 할 정도로 급변하는 언론 환경 속에서 신문의 독립성을 지켜나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 지도 이해한다. 그렇기에 서울신문 구성원의 결정을 존중한다. 더불어 이번 투표 결과는 그저 협상의 물꼬를 튼 것에 불과하기에 서울신문의 앞날을 섣불리 예단하는 참견도 삼가겠다.
하지만 서울신문의 결정과는 별개로 말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 EBN, 전자신문, 서울신문으로 이어지는 호반건설의 잇따른 언론사 인수 시도에 언론계가 크게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호반건설은 과거 kbc광주방송의 대주주였을 당시 언론을 악용했다는 의심을 강하게 받고 있다. 예컨대 kbc광주방송은 대주주가 호반건설로 바뀐 2011년 이후 그룹 혹은 계열사가 기부를 했다거나 대주주가 상을 받았다는 홍보성 보도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 대주주가 지역의 유력 방송을 홍보성 채널로 악용한 셈이다. 광주시의 가장 높은 건축물로 자리매김한 48층 주상복합 아파트 ‘호반써밋플레이스’와 관련해서는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언론 권력을 남용했다는 중대한 의혹까지 제기됐다. 저녁 메인 뉴스 시간을 통해 연일 ‘광주시 때리기’에 나서며 건축 인허가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언론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가할 만한 의혹이다.
심지어 광주방송 자회사인 kbc플러스는 호반건설이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는 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도시·공공택지 아파트 용지 입찰에도 33차례나 응찰해야 했다. 호반건설은 정부나 LH가 추진하는 신도시 등에서 공공택지를 유리하게 낙찰받기 위해 시행·시공 능력이 거의 없는 자회사를 수십 개씩 설립, 입찰 시 총동원하는 수법을 썼는데 kbc플러스도 이중 하나였다. 실제 kbc플러스는 지난 2013년 대구테크노폴리스 내 한 부지를 낙찰받았는데, 곧장 호반건설의 계열사인 호반엔지니어링에 매각했다고 한다.
전적이 이러니 서울신문 인수와 관련해서도 벌써 흉흉한 소문이 돈다. 일례로 건설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서울 강남 등 알짜 재건축 시장 입성을 위해 서울시 등 관가 취재 역량이 뛰어난 서울신문을 인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이런 목적이 있다면 서울신문 역시 광주방송의 전례처럼 ‘서울시 때리기’를 위한 도구로 악용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호반건설은 언론을 장악하려는 우려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있다. 서울신문의 경우 전 직원들이 구조조정 걱정 없이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며 편집권을 침해하거나 지면에 간섭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 약속도 했다. 이미 인수를 완료한 EBN과 전자신문에 대해서도 편집권 침해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강조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우리는 호반건설에 인수된 언론사들이 광주방송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까 걱정이 크다. 이번 투표에서 서울신문 구성원 43.93%가 협상 착수에 반대했다. 서울신문을 이용해 돈이나 벌겠다는 생각이라면 지금이라도 손 떼는 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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