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가 26일 사모펀드운용사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키스톤) 현상순 대표이사를 신임 회장으로 맞았다. 취임사 등을 통해 당초 매각설, 편집권 침해에 대한 우려는 일부 해소됐지만 사모펀드가 언론사 경영권을 잡은 국내 첫 사례로서 조직 내부엔 의구심과 반감이 여전하다. 이 가운데 취임 당일 아무런 협의 없이 갑자기 지급된 ‘격려금 200만원’을 두고 기자들 사이에선 오히려 불쾌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이날 오후 각 국실 부장급 이상 간부들의 참석 속에 신임 현상순 회장의 취임식을 진행했다. 현 회장은 취임사에서 “언론시장에서도 진영논리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만, 경제지는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좋은 경제지’를 만들어 국가와 우리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직접 나서보자고 마음먹었다”고 인수 취지를 밝혔다. 지난 20일 마영민 키스톤 부대표가 아시아경제 투자 부문 대표로 선임된 바 있다.
저연차들 ‘사모펀드 산하 매체’ 속앓이… “돈 주면 반길 줄 알았나” 비판도
현 회장은 매체 운영 목표로 아시아경제를 “대한민국의 언론산업에서 Top-tier(톱 티어)로 주류 언론사로 성장, 발전시키는 것”을 제시했다. “3년이 될 수도, 5년이 될 수도, 10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목표에 닿기 위하여 할 일이 무엇인지 마스터플랜부터 만들 것”이고 “장기 프로젝트가 될 수밖에 없지만 인내를 갖고 추진하겠다”고 했다. 투자와 미디어 간 분리 기조도 분명히 했다. 그는 “미디어부문과 투자부문 사이에 차이니즈 월을 두고 엄격하게 분리 경영하는 아시아경제의 기존 경영시스템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을 약속한다”며 ‘역동적인 아경인’이 되길 주문하고 ‘전문성’ 함양 역시 요구했다. 투자 역시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21일 최상주 회장이 사임한 후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도 현 회장은 아시아경제를 키스톤의 사익추구, 특별한 목적에 활용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언론은 주식회사 속성만으로 되는 게 아니란 언론관도 드러냈고 젊은 기자들 의견수렴을 위한 주니어보드 운영, 수익의 사회공헌사업 등 구상에도 긍정 의사를 표했다. 특히 매각설과 관련해 ‘영원히 안 할 거란 약속은 못 하지만 좋으면 계속 할 것’이고 ‘최소 5년 안엔 계획이 없고 의심할 필요 없다’고 했다.
사모펀드운용사가 최대주주가 되며 우려가 컸던 구성원들은 일단 한시름을 던 상태다. 다만 말만으론 확신할 수 없다는 경계 어린 시선, 기자 출신 경영진의 행태에 실망감을 표하는 목소리가 많다. 아시아경제 한 기자는 “KMH에서 인수할 때도 투자하겠다 했지만 언론사를 키우는 데 최 전 회장이 노력을 했는진 회의적이다. 경영진 교체 때마다 나오던 얘기”라면서 “특히 기자 선배라는 경영진, 이하 일부 간부가 그간 사주를 비호하는 모습을 봐왔는데 또 다시 줄서기와 정치질이 이뤄질 뿐 이 일을 거치면서도 윗선으로부터 최소한의 설명 하나 없었다는 데서 실망에 실망을 거듭했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했다.
조직 전반의 정서가 ‘이번엔 어쩌나 보자’는 쪽이라면 주니어 기자들에게선 사모펀드 산하 언론매체가 됐다는 자체에 자긍심 훼손과 속상함을 토로하는 정서가 팽배하다. 이 가운데 26일 오후 키스톤이 구성원들에게 급작스레 ‘격려금 200만원’을 주며 반감에 기름을 부었다. 금액 수준도 수준이거니와 노사 간 아무런 협의 없는 일방적인 지급 과정, 구성원들의 정서에 대한 이해 없이 이뤄진 입금에 오히려 불쾌감을 말하는 목소리가 분출한다. 아시아경제 또 다른 기자는 “회장 취임일에 뭔지도 모르게 갑자기 돈이 꽂혔는데 오히려 기분이 나빴다. 사모펀드가 최대주주 되면서 분위기가 안 좋은 판에 돈만 주면 다들 환영할 것이라 생각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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