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금품수수 의혹에 '제 식구 감싸기' 보도라니

[컴퓨터를 켜며] 강아영 기자협회보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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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영 기자협회보 편집국 기자

414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 ‘수산업자’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나오는 보도 개수다. 언론인들의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진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20일간 9개 종합일간지에서만 나온 보도량이 이 정도다. 애초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자칭 수산업자 A씨가 검사와 경찰뿐만 아니라 언론인 다수에게 금품을 제공했단 의혹까지 나오면서 이번 사안을 두고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혐의를 받는 인물들이 최근 소환 조사와 자택 압수수색까지 받으면서 관련 기사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침묵을 선택한 언론사들이 있다.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기자들이 소속됐거나 소속된 언론사들이다. 이들은 자사 언론인의 금품수수 의혹을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가급적 축소해 쓰며 논란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보도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행보다.


언론인들의 금품수수 의혹이 처음 기사화된 건 지난달 29일 저녁 JTBC와 SBS 뉴스를 통해서였다. 당시 의혹이 제기된 언론인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엄성섭 TV조선 앵커. 그러나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이 보도를 받지 않았다. 한참 후인 지난 8일에야 조선일보는 이 전 논설위원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가 A씨로부터 고급 렌터카를 제공받았다는 혐의를 받자 사의를 밝혔다는 기사의 하단에서였다. TV조선도 마찬가지였다. TV조선은 지난 5일 박영수 특검의 해명을 담은 기사 하단에 언론인의 금품 수수 의혹을 처음 언급했다. 다만 TV조선 기자가 그 의혹에 연루됐다는 얘긴 쓰지 않았다.


지난 12일 경찰이 중앙일보 기자와 TV조선 기자 등 2명의 언론인을 추가 입건했다는 뉴스가 나온 후에도 보도 경향은 일관됐다. 이 전 논설위원의 경찰 소환까지 속보로 내보내며 40개가 넘는 관련 기사를 썼던 중앙일보는 자사 기자의 추가 입건 소식엔 침묵했다. TV조선도 또 한 번 침묵을 선택했다.


대신 이들은 박영수 특검의 연루 의혹이나 이 전 논설위원이 제기한 ‘여권 회유 압박’에 대해선 비중 있게 보도했다. 언론인의 금품수수와 관련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선의로 해석하려 해도, 그럴 수가 없는 보도 행태다. ‘내로남불’이자 ‘제 식구 감싸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언론 신뢰는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언론 윤리 또한 강조되는 시대. 이번 의혹과 관련해 해당 언론사들이 사내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경찰보다 먼저 사실관계를 파악하려 노력했으면, 바라는 것은 너무 큰 기대일까. 그게 힘들다면 적어도 자사 기자가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와 시청자들에 가감 없이 밝히고 소환 조사나 압수수색 등 관련 소식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했으면 한다. 경찰 조사 결과만을 기다리다 그 이후에야 대처한다면 독자들의 신뢰를 바라기엔 너무 늦어버린 때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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