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의 판단은 무죄였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취재원에게 여권 인사들의 비리 정보를 알려달라고 강요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후배 백모 기자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에 다섯 차례 편지를 보내고, 이 전 대표의 대리인 지모씨를 세 차례 만난 데 대해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를 강요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는 특종 욕심으로 수감 중인 피해자를 압박하고 그 가족에 대한 처벌 가능성까지 운운하면서 취재에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 했다. 검찰 고위 간부를 통한 선처 가능성 등을 거론하면서 취재원을 회유하려고도 했다”며 “이런 행위는 명백히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으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기에 언론인이 취재 과정에서 저지른 행위를 형벌로서 단죄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무죄 취지를 밝혔다.
미수, 입증하기 힘들뿐더러 강요죄는 매우 좁은 범위만 인정
이번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전문가들은 대부분 무죄를 예상했다. 미수는 입증도 힘들뿐더러 최근 대법원 판단 경향을 보면 강요죄를 매우 좁은 범위에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수라는 자체가 형법상 입증이 쉽지 않고 유죄 판결이 나는 경우도 드물다”며 “사실 재판을 받는 당사자에게 심적 고통을 가하거나 압박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미수죄 기소를 하는 경우들이 많다. 예전 독재정권 시절에도 (이러한 방법이) 많이 사용됐고 특히 대상자가 언론사일 경우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취재윤리 위반에 사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진행됐기에 ‘검언유착’ 의혹은 쟁점도 판단 대상도 아니었다. 다만 재판 결과를 계기로 애초 MBC 보도의 근거가 충분치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3월 말에서 4월 초 연속된 기사에서 MBC는 이 전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을 지적하는 데서 나아가 검언유착 의혹까지 제기했는데, 결국 이를 뒷받침할 추가 증거를 끝내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검언유착이 “사실무근”이었다고, 다른 한쪽에선 검찰이 “부실수사”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결과적으로 극심한 갈등과 혼란만 낳은 채 의혹의 당사자들은 검언유착 혐의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김성수 뉴스타파 기자는 “사실 관련 제보가 우리에게 먼저 왔다”며 “아이템이 가진 폭발력과 파괴력은 분명했기에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했는데, 저널리즘적으로 우리가 확인할 수 없는 사안을 던지는 거라고 봤기에 결국 받지 않았다. 내놓는 보도에 대해 얼마만큼 사실 확인을 했는지 스스로 자신이 있어야 하는데 MBC는 그 자신이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보도가 파급되면서 뭔가 더 큰 걸 나오게 하는 마중물로 MBC가 그 보도를 질렀다고 본다”며 “‘권언유착’이나 어떤 악의 때문이라기보다 대중적으로 주목받는 아이템을 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사실확인을 소홀히 한 보도로 이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MBC 스스로 성찰하면서 조금 늦더라도 저널리즘의 원칙을 탄탄히 쌓아올려 신뢰를 회복했으면 하고, 더불어 이 보도에 상을 수여한 한국기자협회나 방송기자연합회 등도 사회적 파급력에 집중해 수상작을 고르는 경향을 되짚어봐야 한다”고 했다.
MBC 보도, 근거 없었다는 비판도
반면 일각에선 MBC를 비롯해 관련자들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19일 사설에서 “한동훈 검사장은 이번 사건을 ‘권력·범죄자·언론 유착’으로 규정했다”며 “검찰 등 수사기관은 채널A 기자 수사와 같은 강도로 관련 의혹을 파헤쳐 결론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협회 채널A 지회와 채널A 노동조합도 지난 16일 성명에서 “두 기자의 명예와 채널A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거짓 의혹을 제기하고 확산시켰던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1심 판결을 두고 또 진영 대 진영의 대립 구도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언론이 스스로 해결할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기에 진상규명을 위해선 법적 절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반론에 수긍하긴 한다. 그러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고소·고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언론사 내부적으로 취재윤리를 점검하고 개선점을 논의하는 것”이라며 “채널A 때도 진상조사보고서가 나오기도 전에 고소·고발과 강압적인 수사가 진행돼 내부에서 성찰할 수 있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막혀버린 것 아닌가. 이번 1심 판결을 두고 또 정치 논리에 의해 양분화된 입장이 대립하는 양상인데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낼 주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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