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독일연방의회(Bundestag) 선거가 두 달여 남은 지금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의 뒤를 이을 인물이 누구일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메르켈은 2005년 11월22일부터 연방 총리직을 맡아 현재까지 16년 동안 국가수장으로서 활동해왔다. 예정된 대로 올해 10월 퇴임하면 전 서독 총리이자 독일연방 초대 총리를 역임했던 헬무트 콜(1982~1998년)과 함께 최장수 독일연방 수장으로 기록될 예정이다. 메르켈이 재임하는 동안 우리나라와 미국, 프랑스 등에서는 4회, 영국에선 5회의 대통령 또는 총리선출을 위한 투표가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그의 총리재임 기간이 얼마나 긴 세월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2017년 독일연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기민당 대표로 선출되었을 당시 메르켈은 총리직을 연임하게 된다면 이번 회기를 마지막으로 더는 총선에 재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혀 사실상의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에 주요 정당들은 그의 임기가 종료되는 선거철이 다가오자 차기 총리 후보를 선출하여 포스트 메르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메르켈 연방 총리의 소속당인 기민당의 연방 총리 후보는 라셰트 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로 압축되었다. 기민당과 함께 연방의회에서 우니온(Union)으로 함께 활동하는 기사당의 대표이자 연방상원의원인 마르쿠스 쇠데르가 갑작스럽게 우니온의 연방 총리 후보로 출마하면서 한때 라셰트 주총리와 양자구도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4월20일에 치러진 기민당 집행부의 투표 결과 라셰트가 77.5%의 지지를 얻으며 후보로 최종결정된 상태다. 한편 뷘트니스90/그뤼네(연합90/녹색당)는 연방의회 선거에서 처음으로 총리 후보를 지명했다. 당 대표인 안나레나 베어복과 전국 의장인 로베르트 하베크가 총리 후보자로 당 경선에 출마, 베어복이 최종으로 결정된 상태다. 베어복은 2009년 브란덴부르크주 녹색당 주의장을 시작으로 2013년과 2017년 연방의회 의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사민당은 2020년 8월부터 연방 재무장관이자 부총리인 올랄프 숄츠를 연방 총리 후보로 선출해놓았다. 숄츠는 2017년 총선에서 현 메르켈 연방 총리와 양자구도를 형성할 만큼 지지 세력을 확보했었기에 이번 선거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자민당과 AfD(극우정당), 링케(좌파정당) 등에서도 당 대표를 중심으로 연방 총리 후보를 선출하고 있다.
연방 총리 후보들의 윤곽이 잡혀가면서 정당별 지지율도 주목받고 있다. 7월14일 발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당별 지지율은 우니온(기민당+기사당) 29%, 뷘트니스90/그뤼네 18.8%, 사민당 15.4%, 자민당 11.5%, AfD 10.6%, 링케 7.2%의 순으로 집계되어 제1당으로서 우니온이 지닌 위상은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 예측된다. 다만 중소정당이었던 뷘트니스90/그뤼네의 성장이 가져올 정책 구도 변화가 관건 중 하나다.
또한 독일연방의회에서 과반을 확보할 정당이 등장할 가능성이 작아 연정을 맺어야 하는데, 이때 어떤 정당들이 협상에 참여할 것인지도 중요사안이다. 현 조사를 기준으로 검-빨-녹연정(우니온-사민당-뷘트니스90/그뤼네)의 경우 안정적인 의석 확보(598석 중 408석)가 가능하지만 세 정당 간 정책 견해를 좁혀야 한다. 자메이카 연정(우니온-자민당-뷘트니스90/그뤼네, 598석 중 382석)은 그동안 주 정부 구성에서 시너지효과를 발휘한 바 있지만 2017년 자민당이 연정을 거부한 사례가 있어 쉽지만은 않을 예정이다. 이 외에도 두 정당이 연정을 맺는 검-녹(우니온-뷘트니스90/그뤼네, 598석 중 308석), 대연정(우니온-사민당, 598석 중 287석) 등의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역시 정책추진에 위험성을 안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독일연방의회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어떤 정부가 형성될지, 그 정부를 이끌 총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떤 정당이 제1당이 되고, 어떤 연정이 맺어질 것이며, 그 연정을 근거로 어떤 정책이 추진될 것인지와 관련하여 지속해서 검토되고 평가되어야 하는 시기이다. 그 과정에서 독일 언론들은 보도윤리에 근거한 평가와 비판,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비록 투표권은 없지만 선거가 70~80여 일이 남은 현시점에서 한 정당이나 한 정치인에 치중되지 않은 독일 언론들의 기사가 흥미롭게 읽히는 이유다.
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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