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메달리스트에게도 박수를… 즐겨라, 코리아!

[이슈 인사이드 | 스포츠] 김형준 한국일보 문화스포츠부 기자

김형준 한국일보 문화스포츠부 기자

결국 하긴 한다. 2021년에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재작년 하반기 파견이 확정된 출장이 2년 가까이 흐른 2021년 7월에야 현실이 됐다. 개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취재기자들은 “올림픽 하긴 하는 거냐”는 질문을 받고 “나도 궁금해”란 답변을 보내기 일쑤였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편으로 약 2시간 30분 거리의 일본 도쿄행이 이토록 멀고 험난할 지 이 곳에 와 있는 어느 누가 알았으랴.


19일 한국선수단 본진과 같은 비행기로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오전 11시15분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오전 8시부터 공항에 집결한 선수들은, 오후 2시가 다 돼 일본에 도착 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등 입국 수속으로 2시간 가까이 소진한 뒤 오후 4시쯤에야 선수촌으로 향할 수 있었다.


세끼 가운데 한 끼 정도나 제대로 식사할 수 있는 일정. 선수 인생을 걸어가며 준비한 대회에 임박해서 겪게 된 어이없는 상황들 속에서도 선수촌으로 향하는 선수들의 얼굴에선 비장함이 엿보였다. 종목별, 선수별로 이번 대회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성적과 목표는 서로서로 다를 테지만,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원 없이 풀어내 경쟁하고자 하는 각오만큼은 같다.


이들의 땀과 눈물이 어린 활약을 전하기 위해 이 곳에 파견된 취재기자들의 어깨도 어느 대회보다 무겁다. 취재 경쟁도 중요하지만, 뜻밖의 일본 방역수칙과 여기서 올 수 있는 변수들과의 싸움부터가 먼저였다. 입국 후 14일간 스스로 타액을 담아 방역당국에 내는 코로나19 검사, 호텔 내부를 자유롭게 누리고 15분 동안 편의점도 다녀올 수 있는 최초 3일간의 격리생활 등 한국과 다른 방역수칙에 답답함은 덜어내면서도 불안감은 커지는 묘한 기분 속에 출장 일정을 시작했다.


올림픽 참가 선수단은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등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에 폭염까지 겹쳐 지쳐있는 국민들에게 최선의 플레이로 힘이 되겠단 각오다. 우리 선수가 세계 정상에 서는 장면은 언제나 ‘올림픽 하이라이트’ 1순위지만, 사상 첫 올림픽 진출에 성공한 7인제 럭비대표팀, ‘배구 여제’ 김연경과 ‘도마의 신’ 양학선의 마지막 올림픽, ‘탁구 신동’ 신유빈의 생애 첫 올림픽, 서핑과 보드, 클라이밍 등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종목 출전 선수들 활약 등 메달 획득 유무와 관계 없이 도전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큰 종목들이 많다.


‘세계인의 축제’라는 타이틀은 무색해졌지만,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 임하는 우리 선수들은 과거처럼 “메달로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약속보단 “즐기겠다”는 약속을 많이 한다. 한국 남자 기계체조 간판 양학선은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며 “메달보단 안전이 우선”이라고 했고, 처음 올림픽에 나서는 여자 기계체조 여서정은 “아빠(여홍철 교수)가 ‘즐기고 오라’고 하셨다. 내가 가진 기술을 모두 발휘하고 오는 게 목표”라며 방긋 웃었다.


이들이 ‘MZ세대여서’라기보단 우리나라에서 유독 도드라졌던 ‘국위선양’과 ‘출세의 길’로 여겨진 올림픽 무대 도전 가치의 부담을 조금은 내려놓은 모습이다. 어떤 대회든 스타는 탄생하고 그 스타는 메달리스트일 가능성이 높지만, 국민의 눈높이는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선수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과 성폭력, 약물, 승부조작 등 부조리에 엄격하며, 비록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하더라도 힘든 여건에서 묵묵히 올림픽을 향한 길을 헤쳐온 선수들도 박수 받을 자격이 있단 걸 국민들은 안다. 노메달리스트도 메달만큼 빛나는 미소를 머금고 귀국길에 오를 수 있는, ‘새로운 올림픽’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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