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이 밀집해 있고, 즐겨 찾는 도심 속 산들에 폐광이 수십 곳이나 산재해 있으리라곤 취재진을 포함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부산일보> 온라인 콘텐츠 ‘날라-리’(부산 ‘미스터리’ 사건 수사대) 취재 도중 ‘금련산 폐광산’을 발견했다. 일제강점기 자원약탈을 위해 뚫린 구리광산으로 하루에도 수십 명이 오가는 ‘동굴법당’으로 쓰였다. 폐광산 안에 고인 채 발견된 ‘갱내수’는 침전물 산화로 푸른 색을 띠었다. 이 물은 민가 인근 계곡으로 흘렀다.
광산 주변 토양과 갱내수를 채취,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토양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구리, 납, 아연 성분이 검출됐다. 구리는 무려 기준치 4배를 넘었다. 갱내수에서도 카드뮴, 구리, 아연 등 중금속 성분이 나왔다.
해당 광산은 폐광 절차를 밟지 않은 ‘위험 광산’이었다. 취재를 통해 이런 광산이 부산에는 44개가 더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부산은 ‘폐광산 도시’였다. 특히 한 폐광산 주변은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힐링숲’으로 조성돼 있었다. 구청은 오염 실태도 파악하지 못했다. ‘안전불감증’ ‘무개념’ 행정을 지적하는 속보를 이어갔다.
폐광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고, 관련 정부 부처와 지자체의 대책을 이끌어 냈다. 폐광산 일대는 출입이 통제됐고 부산 광산 전수조사도 실시됐다. 연 1회 오염도 조사를 연 2회 정밀조사로 강화했고, 부산시 자체적으로 주민 건강영향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끝으로 기사가 방향을 잃을 때마다 길잡이가 되어주신 이대진 팀장과 박진국 부장, 그리고 항상 기자들을 믿고 응원해주시는 손영신 국장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한 선배의 축하가 기억난다. “광산만 죽어라 파더니 결실을 맺었다. 역시 기자는 끝까지 파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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