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내부서도 "낙관 않는다"는 수신료 52% 인상

여당 의원들도 "지금은 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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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500원인 수신료를 3800원으로 52% 올리는 수신료 인상안이 KBS 이사회를 통과한 지 닷새 만인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됐다. 방통위는 60일 이내에 내용을 검토한 뒤 의견서를 첨부해 국회로 보내야 한다. 이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 표결을 통과하면 수신료 인상은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과거 세 차례(2007, 2010, 2013년) 수신료 인상 시도가 그랬듯, 이번에도 전망은 밝지 않다. 평시가 아닌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이란 점에서 더 그렇다. 평소 수신료 인상에 공감했던 여당 국회의원들조차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고개를 젓는다.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수신료 인상안이 이사회에서 의결된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국민적 감정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라며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썼다. KBS 내부에서도 낙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지금이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KBS 이사장은 “불가피해서”라고 설명했다. 김상근 이사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재정 상황으로는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감당할 수 없다”며 “절대적 한계에 이미 이르러 있다”고 호소했다.

 


방통위가 공표한 ‘2020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을 보면 KBS의 광고매출은 2011년 5987억원에서 연평균 10%씩 감소해 지난해 2319억원까지 줄었다. “1988년 수준”이라고 KBS는 설명했다. 수신료와 프로그램판매 수입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광고매출이 급감한 탓에 2020년 재정 규모는 2016년 대비 약 1000억원이 축소됐다. 재정 규모가 줄었어도 KBS가 감당해야 할 공적책무는 그대로고, 코로나19 등 각종 재난재해를 겪으면서 공영방송의 역할은 더 확대되고 있다. 이것이 KBS가 밝힌 ‘코로나19 상황에도’ 수신료 인상을 추진한 가장 큰 이유다.


물론 ‘방만경영’이나 공정성에 대한 비판을 KBS에서도 모르지 않는다. 고호봉·고연령·연공서열형 인력구조 개선, 공정성 제고 노력 등을 이번 인상안에 담은 것도 이 때문이다. 300명 규모의 명예퇴직 등을 실시해 2026년까지 총인원 920명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공공기관 특성상 명예퇴직자에게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줄 수 없어 실제 명퇴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방만경영의 상징과도 같은 ‘억대 연봉자 46%’라는 지표 역시 해결하기 쉽지 않다. 연봉 삭감에 노동조합이 선뜻 합의해줄 리도 없고, 콘텐츠 경쟁력 유지를 위해 임금을 일괄적으로 줄이는 것도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뼈를 깎는’ 자구노력 요구에 화답하기 위해선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임금체계를 손볼 수밖에 없다.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지난 2일 “KBS는 수신료 인상에 앞서 임금체계 개편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양승동 사장은 지난해 7월 성과 연동 급여체계로의 개편 의지를 밝혔으나, 이후 노조 등과 협의가 진행된 바는 없다. 양 사장은 이사회의 수신료 인상안 의결로 “내부 쇄신 동력을 얻게 됐다”고 했는데, 올해 말 리더십 교체를 앞둔 KBS에서 이러한 쇄신이 얼마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당장 지난 2일 언론 보도로 알려진 ‘1인당 연차수당 500만원대’라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비등한 부정적 여론부터 수습해야 하는 형국이다.


방통위에 접수된 수신료 인상안은 9월쯤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대선 정국에 내년 6월 지방선거도 있어 수신료 논의는 사실상 21대 국회 후반기에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21대 국회 임기는 2024년까지이므로 시간은 제법 남아 있지만 단돈 월 1300원이라도 국민 부담을 가중하는 결정을 국회에서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그 기간동안 확실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려 시청자 국민께서 납득하실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는 양승동 사장의 공언이 어떻게 이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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