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임금 순위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날까. 일부 언론사들이 올해 직원들 연봉을 큰 폭으로 인상하고 있다. 개발자 영입 경쟁이 일어났던 테크 기업들처럼 좋은 취재 인력을 뽑기 위한 유인책으로 직원들 연봉을 일시에 수백만원 가량 올리고 있다. 소수 언론사들의 결정이지만 이번 임금 인상이 언론계 ‘몸값 전쟁’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전자신문은 최근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상을 한 결과 3년간 연봉 30%를 올리는 데 합의했다. 지난해 연봉을 기준으로 올해부터 2023년까지 해마다 10%씩 임금을 올리는 내용이다. 다음 달 초 최종 서명만 남겨둔 채 현재 노사가 세부 문구를 조율하고 있다. 전자신문 한 기자는 “큰 틀에서 3년 내 국내 경제지 중 최고를 맞춰주겠다는 것이 목표였고, 그에 따라 회사도 연봉 30% 인상을 보장하기로 했다”며 “만약 그렇게 올렸는데도 타 경제지를 못 따라가거나 다른 경제지들도 덩달아 연봉을 올리면 조금 더 임금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그 중 한 방안으로 차장급 이상 고참 기자들이 인상폭을 1%씩 허물어 밑을 더 채우기로 했고, 올해는 그렇게 합의해 고참 기자들 연봉이 9% 인상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도 다음 달부터 기자들의 취재수당과 직급수당을 대폭 올리기로 했다. 직급별로 다르지만 월 취재수당을 최소 35만원 인상하기로 했고, 차장 대우부터 받는 직급수당도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26만원까지 증액하기로 했다. 임단협과는 별개의 인상으로, 이에 따라 평기자는 평균 400여만원, 차장급 기자는 평균 600여만원의 연봉 상승효과가 나타나게 됐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사측이 한국경제 임직원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겠다고 공언했는데 이에 대한 실행”이라며 “최근 한경 노조 창립 33주년을 맞이해 회사가 ‘직원들의 처우와 복지를 초격차로 끌어올리겠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충청 지역 종합일간지인 충청투데이도 지난해 말 임단협을 통해 올해 2월부터 기자들 연봉을 최소 500만원 인상했다. 신입 기자 초임도 3000만원 이상 맞추는 데 합의했다. 충청투데이 관계자는 “직급마다 차이는 있지만 500만원 인상을 하한선으로 뒀고, 현장에서 뛰는 기자들은 그보다 더 많이 임금을 올렸다”며 “충청 지역만 놓고 보자면 타 신문사들과 임금 격차가 생긴 거라 기자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언론사들이 임금을 인상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임직원 처우를 끌어올려 좋은 인력을 흡수하기 위한 이유가 가장 크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최근 콘텐츠 실적도 좋았고 올해 경영도 양호한 성과를 이어가 보상 차원의 성격이 있다”면서도 “(다만) 언론업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에서 1위 입지를 구축하려면 유능한 인재의 수혈이 반드시 필요한데 (임금 상승은) 그 유인책”이라고 말했다. 충청투데이 관계자도 “지난해부터 디지털 혁신 작업에 투자를 하고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데, 결국 좋은 기사를 쓰려면 인재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영진과 직원들이 오랜 기간 협의 끝에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디지털 시대 지역에서 최고의 언론사가 돼보자는 차원에서 이번 임금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다른 한 기자도 “호반건설이라는 새로운 투자자도 만났고 미래를 향해 가야 하는데 임직원 처우가 좋아야 경쟁력도 있고, 타사에서 좋은 인력을 뽑아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다만 대주주 변경으로 편집권 독립에 대한 우려가 많아 임금 인상 외에 공정보도위원회 활성화 등의 조항도 임단협에 넣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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