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사회를 좋은 쪽으로 이끈다는 걸,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죠"

[인터뷰] '기자 노빈손의 달려라 달려! 취재25시' 출간한 박형민 일요신문 기자

  • 페이스북
  • 트위치

박형민<사진> 일요신문 기자는 지난 25일, 진땀을 뺐다. 출판사 요청으로 초등학교 고학년 10여명과 함께 한 온라인미팅에서 질문을 받았다. “기사 작성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세가 뭔가요?” “기자가 된 것에 후회는 없나요?” 일단 숨이 턱 막힐 이 같은 물음에 기자가 된 어른은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결국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서 시작할 수밖에 없는 답을 두고 박 기자에겐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 말곤 도리가 없었다. 그가 쓴 책 <기자 노빈손의 달려라 달려! 취재25시·작은 사진>는 이 답변의 가장 충실하고도 리얼한 버전이라 할만하다.


책은 2~3년 전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아 시작됐고 최근 출간됐다. 전문가의 직업 세계를 어린이들에게 알려주는 ‘노빈손 시리즈’ 중 기자 편에 해당한다. 여전히 기자를 “신기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이들에게, 특히 기자를 꿈꾸는 어린친구들에게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겨 박 기자는 곧장 승낙했다. 다만 소설에 가까운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재미난 플롯을 짜기도, 어린이 독자를 고려한 유머코드를 만들기도, 만만치 않았다. 책 성격에 맞춰 ‘풀(pool) 구성’, ‘팩트체크’, ‘발제’, ‘김영란법’이 뭔지 정보도 녹여야 했다. “기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는데 대다수 기자는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려고 노력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이런 좋은 일에 제가 참여할 수 있는 건 기쁜 일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구축된 인물과 세계는 언론계의 전형이라 할 정도로 리얼하다. 노빈손 인턴기자는 호칭에 ‘님’자를 붙여선 안 된다는 말부터 듣는다. 기자는 자기 돈 내고 밥 먹지 않고 기사는 남에게 받는 것이며 팩트는 만드는 것이란 나승진 부장, 항상 바쁘고 지쳐있지만 진실을 성실히 좇는 고생만 기자가 공존한다. 실제 인물, 언론사 등을 유머러스하게 차용해 표현하기도 했다. “끈기 있게 기다리기로 유명”한 백대기 기자가 등장하고, ‘기자연맹보’, ‘미디어모레’ 기자가 언급된다. 훌륭한 기사를 써 받는 상은 ‘요달의 기자상’이다. 언론사 문화, 기자 취재과정, 취재원과 관계, 기업 홍보팀 대응까지 언론사를 둘러싼 힘의 역학 관계가 모두 담겼다. “사건은 마음대로 생각해서 썼고, ‘나승진’은 제가 아는 기자들의 단점만을 모은 캐릭터고요.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삼은 경우도 있었는데 논란이 있어 결국엔 다 바꿨습니다. 제가 보고 겪은 것들이 녹아 있는 건 맞고요.”


2015년 일요신문에 입사한 그의 성장기는 노빈손을 닮았다. 수학을 전공한 그는 “수학 공부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던 2014년 대학 4학년 시기, 경제지 인턴기자를 경험하며 이 길에 들었다. 글쓰기로 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기자가 되려던 생각은 없었던 이에게 기자생활은 ‘나승진’과 ‘고생만’을 오가며, 기자가 되는 과정 자체였을 것이다. 동료들과 공익제보의 명암을 다룬 기사를 연재한 그는 지난해 11월 ‘2020 인터넷신문 언론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사회팀, 비즈한국, 일요신문i를 거쳐 현재 일요신문 경제팀에서 일한다.


결국 이 책은 “기자란 일 해볼 만하다”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책을 쓰며 “스스로를 많이 돌아봤다”는 그에게 왜 이 일이 의미 있는지, 조카뻘 아이들에게 설명한다면 뭐라고 할지를 물었다. “기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직업 중 하나예요. 좋은 방향으로, 나쁜 방향으로도 바꿀 수 있어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직업은 많이 있지만 기자는 직접적으로 여론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거 같아요.” 아이들에게 가장 솔직하게 전하는 말은 어쩌면 여전히 ‘기자가 되는’ 중인 우리 모두가 돌아보고 무게를 다시금 실감해야 할 지점일지 모르겠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