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이과수 폭포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7대 자연경관’의 하나다. 폭포는 남미 대륙을 가로지르는 파라나강의 지류인 이과수강의 하류 브라질-아르헨티나 국경지역에 있다. 이과수는 나이아가라, 빅토리아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꼽히지만, 나이아가라와 빅토리아를 합친 것보다 규모가 크다. 270여개의 크고 작은 물줄기가 거대한 폭포군을 형성하며 장관을 이룬다. 이과수는 지역 원주민인 과라니 부족의 언어로 ‘위대한 물’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거대한 병풍을 떠올리게 하는 압도적인 경관과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한 거센 물살, 그 위로 물보라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면 원주민들이 위대하다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가 짐작된다.
‘위대한 물’이 환경 훼손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규모 삼림 파괴가 초래한 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으면서 이과수강의 수위가 급격하게 줄어들자 이과수 폭포에서 떨어지는 수량이 올해 최저 수준까지 감소했다. 브라질 전력공사 자료를 기준으로 6월 중순 이과수 폭포의 수량은 1초당 30만8000ℓ를 기록했다. 연평균치인 1초당 150만ℓ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3월 이후 단 한 차례도 150만ℓ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과수강 수위 감소는 자연경관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1984년 이래 폭포 주변에 서식하는 토종식물의 5분의 1이 사라졌다는 보고서를 냈다.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동물들이 얼마나 많이 사라졌는지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가뭄은 자연환경을 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이과수 폭포는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폐쇄됐다가 재개장했으나 시냇물 수준의 초라한 모습에 관광객들은 발을 돌리고 있다. 인근 6개 수력발전소의 전력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남부 도시에 전력 제한공급이 불가피해지고, 전기요금이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며 무역흑자 유지에 효자 노릇하던 농축산업도 가뭄에 따른 곡물 수확량과 육류 생산량 감소로 큰 타격이 예상된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도 반환경적 행위로 신음하고 있다. 일확천금을 노린 불법적인 금광 개발과 농경지·목초지 확보를 위한 화재와 무단 벌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브라질에 속한 아마존 열대우림 가운데 지난 5월에 파괴된 면적은 1391㎢였다. 2015년 이래 월 파괴 면적이 1000㎢를 넘은 것은 처음이었다. 5월에 관측된 화재는 2679건으로 파악돼 5월 기준 2007년(2718건) 이후 가장 많았다. 환경보다 경제적 개발 이익을 앞세우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가 더 심해졌다. 연간 파괴 면적은 2018년 4951㎢였으나 보우소나루 정부 출범 첫해인 2019년에 9178㎢, 지난해엔 8426㎢를 기록했다.
‘위대한 물’이 말라붙고 ‘지구의 허파’가 질식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환경장관이 아마존 열대우림 목재 불법 반출에 연루된 의혹으로 연방경찰의 조사를 받다가 사임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환경장관은 자신이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한 법률회사를 통해 목재 불법 반출을 도와주고 대가를 챙겼다는 의혹으로 연방경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그는 환경 보호보다 경제적 개발 이익을 앞세우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보좌해 환경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압력에 강경한 자세로 맞서 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지난 4월 기후정상회의 연설에서 “브라질이 지구에 제공하는 환경 서비스에 대한 공정한 대가가 필요하다”며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금융 지원을 요청하자, 그는 1년 안에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을 40% 정도 줄이려면 10억달러의 국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국제사회에 환경 보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대통령이나 이를 재빨리 돈으로 환산하는 환경 비전문가 장관에게서 진정성을 기대하기는 애초부터 무리였던 셈이다. 환경장관 사임에도 브라질 정부의 환경정책에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차피 환경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며, 그의 인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