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 신문기자와 점식을 먹다 한국ABC협회에서 최근 나온 부수 공사결과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그가 대뜸 한 말. “그걸 누가 믿긴 해요?”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었다. 이번 공사에서 대부분 신문의 평균 유가율(발행부수 대비 유가부수 비율)은 80~90%에 이르렀다.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사무 검사에서 3개 신문의 유가율이 50~60%대에 머무른 것과 비교하면 30%p의 격차가 나는 수치다. 일부 신문사는 문체부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며 전자의 결과를 놓고 자위했다. 그러나 후자의 결과를 믿는 사람들은 ABC협회가 또 다시 ‘과도한 부풀리기’를 했다며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언론들이 이번 공사결과에 붙인 수식어도 ‘엉터리 부수인증’이었다.
이번 공사는 방송사업을 겸영하거나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한 일간신문 25개사를 대상으로 했다. 통합시청점유율 산정을 위해 부수 공사결과를 활용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한 자료였다. 그러나 지난 21일 국회에선 방통위가 문체부에 부수 공사 지표를 신뢰할 수 있는지 질의를 넣은 것이 확인됐다. 문체부 회신에 따라 방통위가 지표를 활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나왔다.
한편에선 정부광고 집행 근거로도 부수 공사를 활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ABC협회의 부수 공사를 대체할 다양한 기준들을 제시하며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참여에 의한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의 운영에 관한 법률(미디어바우처법)’을 발의한 데 이어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도 문체부가 3년마다 발표하는 ‘여론집중도조사’를 정부광고 매체 선정 기준으로 삼도록 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들 법안이 부수 공사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디어바우처법의 경우 일종의 투표권인 ‘바우처’를 통해 국민이 언론사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정부광고 집행기준으로 활용하자는 내용이지만 정부광고 집행의 본래 목적이 언론사에 대한 광고비 분배가 아니라 정책, 사업 등 정부 행위에 대한 대국민 홍보 및 공고이기 때문에 바우처와 연계하는 건 논리적 비약일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여론집중도조사의 경우에도 신문, 방송, 인터넷신문 등 여러 지표를 단순히 뭉쳐놓은 수준이고 동일한 통계기법을 사용한 조사도 아니기에 단순 참고자료일 뿐, 이를 정책적으로 활용할 순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명백한 한계 속에 결국 현실적으로 가장 요구되는 것은 ABC협회의 정상화다. 문제는 ABC협회가 그럴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문체부는 사무 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당시 표본의 한계를 감안, ABC협회를 포함한 공동 조사단을 꾸려 6월 말까지 현장 실사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문체부에 따르면 ABC협회의 조사 불응으로 공동 조사단 구성조차 원활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체부는 관련 보고서에도 그 부분을 적시한다고 했다.
문체부가 ABC협회에 전면적인 제도 개선을 권고하고 이행을 요구한 시한은 오는 30일까지다.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부수 공사의 정책적 활용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시간은 일주일여 남았다. 지금이라도 ABC협회가 내부에서 적극적인 혁신을 꾀하지 않는다면 부수 공사는 과거의 유물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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