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은 스포츠서울이 창간한 지 꼭 36년째 되는 날이었다. 스포츠서울은 1985년 6월22일 창간해 전면 한글쓰기와 가로쓰기 등 지금은 당연하지만 그때는 혁신의 첨단이었던 시도에 앞장섰던 매체다. 가수 서태지와 배우 이지아의 이혼 소송 등 스포츠신문만이 할 수 있는 단독 기사 릴레이로 독자의 인기도 얻었다. 배우 고(故) 최진실씨가 이혼 뒤 처음으로 마주앉겠다고 택했던 매체 역시, 스포츠서울이었다. 그런 매체의 36번째 생일은 그러나 씁쓸하기 그지 없다. 정리해고의 칼바람에 뒤숭숭하다. 스포츠서울 창간 후 최대 위기다.
문제의 핵심은 스포츠서울의 경영 위기, 그 중에서도 지배 구조와 주주 대(對) 노조간의 갈등이다. 스포츠서울은 새 사주가 들어온 이후 1년 동안 대표가 두 번 바뀌었고 주식시장에서도 퇴출될 위기다. 지배 구조 불안정의 증거 중 빙산의 일각이다. 스포츠서울 경영진이 내놓은 뾰족한 경영 개선의 묘수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경영진이 들고 나온 것은 정리해고 카드였다. 언론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인건비만 줄이면 된다는 안이한 탁상 경영의 표본이라는 우려가 언론계 안팎에서 나온다.
정리해고의 방식 역시 상식 밖이다. 경영진은 “경영상 위기”라는 이유만으로 편집국장 및 핵심부서인 연예부장과 디지털콘텐츠부장 등 14명을 정리해고 했다. 후임도 정해놓지 않고, 인수인계 절차도 없었다. 22일 현재 스포츠서울 홈페이지의 최종 업데이트 일시가 17일인 까닭이다. 경영진이 해고했다는 편집국장 이름이 아직도 버젓이 현직으로 나온다.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의무를 진 뉴스 사이트가 이 지경이라니, 어이 상실 수준을 넘어 가히 해외토픽 감이다. 스포츠서울 김상혁 회장이 신문사 사주로서의 의식과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구성원들이 자구책을 내놓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언론노조 스포츠서울지부는 “지난 8일과 10일에도 정리해고 전면철회를 조건으로 임금 반납을 포함한 무급 순환휴직 등 비용 절감을 위한 모든 방안을 협의하고 해결책을 찾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사측은 정리해고 강행 입장을 고수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의 일방적 주장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지난 14일 김상혁 회장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일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지난달 언론노조 스포츠서울지부 조합원과 개별로 면담을 하면서 ‘정리해고를 돕고 노조를 탈퇴하라’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점입가경이다.
물은 엎질러졌다. 올해 초 기준 80명이었던 스포츠서울 편집국의 인원은 정리해고 이후 50명으로 줄어들었다. 새 대주주가 들어온 지 1년 만에 전체 직원의 65%만 남았다. 산업으로서의 언론이 직면한 어려움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언론사들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이유다. 디지털 시대 유료 구독자 1000만명을 눈앞에 둔 뉴욕타임스(NYT)의 스티븐 던바-존슨 인터내셔널 부문 회장은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힘들 때일수록 기자에 투자하는 게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스포츠서울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그 길의 끝은 절벽의 나락이다.
혁신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언론뿐 아니라 모든 업계의 진리다. 이를 모를 리 없다는 상식적 전제 하에, 스포츠서울 경영진에게 묻는다. 스포츠서울이라는 매체에 대한 진정성이 과연 있는 것인가. 언론사를 단순히 기업 사냥하듯 접근했다면 오산이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길을 버리고 정도로 돌아오길 바란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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