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건강하던 아빠가 갑자기 사라졌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보고 싶고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부산일보 5월7일자, 코로나 사망 유가족이 남긴 말 중 일부)
부산일보가 예술가 등과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 등의 마음을 보듬는 ‘늦은 배웅’ 프로젝트를 진행해 주목된다. 갑작스레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고도 제대로 슬퍼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이들을 위로하려는 시도는 재난을 겪는 사회에서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산일보는 박혜수 설치미술가, 부산시립미술관과 협업해 지난 4월부터 코로나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임종을 보지 못하고 생략된 장례를 치를 수밖에 없었던 유가족 및 주변인을 대상으로 고인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를 온라인이나 손편지로 받아 알리는 프로젝트다. 사연들은 부산일보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소개되고, 오는 9월까지 열리는 부산시립미술관 전시 ‘이토록 아름다운’에선 전문을 담아 공개되고 있다.
협업을 진행한 오금아 부산일보 문화부 기자는 “타 취재차 간 미술관에서 박 작가의 협조요청을 받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부산유엔기념공원에 묻힌 UN군 전사자 이름을 모두 지면에 실었던 신문 경험치가 있어 부고를 지면에 반영할 순 있겠다 싶었다”면서 “‘코로나 사망자’라면 멈칫 하는 분위기 속에 유가족들은 이별도 제대로 못했고 같이 얼싸안고 울고 좋은 시절 얘기를 나누는 장례절차도 온전히 하기 어려웠는데 한번 시원하게 울어야 되고 그렇게 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는 작가 말에 특히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신문에 실리는 부고 이미지를 작품 일부로 포함했다. 작가는 사연을 바탕으로 부고 이미지를 만들어 판넬로 제작, 전시장 벽면을 채웠다. 동일한 이미지가 부산일보로 건네져 온·오프라인 매체에도 실리는 식이다. 전시가 끝날 때까지 사연을 계속 모을 예정이다. 부산일보는 관련 콘텐츠도 생산 중이다. 유가족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수간호사’, ‘장례지도사’ 등을 인터뷰해 ‘임종을 앞둔 아버지를 간호사실 CCTV로 지켜보며 화면을 하염없이 쓰다듬던 아들’ 등 사연을 소개한 바 있다. 유가족 심층 영상 인터뷰도 선보일 계획이다. 박진희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사는 “(저널과 예술가, 미술관이 협력한) 이런 사례는 저도 처음인 것 같다”며 “예술가의 사회적 실천이 저널의 프로젝트와 합쳐져 선한 영향력을 더욱 넓게 발휘할 수 있는 이번 기회가 놀랍다”고 했다.
감염병 재난으로 국내에서만 2000여명이 사망했지만 사회적 추모 분위기를 찾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 같은 시도는 여러 시사점을 남긴다. 오 기자는 “돌아가신 분과 관련해 감염이 있거나 해서 죄스러움에 부고를 잘 알리지도 못했다는 경우도 있었다. 여러모로 유가족들이 정신적으로 고립됐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며 “예술가의 민감한 시선엔 ‘울고 있는 사람들을 내버려 두고 나오는 재건과 회복 얘기’가 불편했고, 언론은 그 시선에 반응하려 했다. 전시를 통해 말걸기를 하려는 미술관의 역할 변화까지 맞아떨어져 이뤄진 협업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