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는 1987년 대선 공약으로 등장한 이후 강원도 접경지 주민들의 대표 숙원사업이었습니다. 지역주민들의 순수한 염원으로 이뤄낸 동서고속화철도, 하지만 철도가 지나는 지역 곳곳에서는 사업 성사를 전후해 지역 ‘유지’들의 역세권 토지 매입 소문이 때마다 반복돼 왔습니다.
여러 이슈 속에 수면 아래로 내려간 심증과 풍문은 ‘LH 직원 부동산 투기’ 사건과 함께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4년 특정 정당 소속 군수들이 두 차례 3선을 연임했던 강원도 양구에서는 ‘전 군수와 전·현직 군청 간부, 지역 사단장을 지낸 군 장성까지 역세권 토지를 사들였다’는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취재를 망설였습니다. 정확한 지번과 소유자가 빠진 막연한 제보에다 역세권 수백 필지 토지 중에서 거론된 당사자들의 토지 소유 여부 자체를 찾는 것은 그야말로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일과 다름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소문이 무성했던 지도층들의 부적절한 토지 거래 행위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시간의 흐름 속에 해당 사안은 그대로 영원히 묻힐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소문의 사실 여부를 밝혀내자는 기자 본연의 취재 정신도 발동했습니다.
취재 방식은 그야말로 발품을 팔고 오랜 시간 등기부등본을 발급해 수작업과 재확인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수십일 동안 밤낮으로 이뤄진 분석 작업 끝에 ‘빙산의 일각들’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강원도 접경지 주민들이 지역의 미래를 바꿔보고자 30년간 외쳐왔던 ‘호소의 결실’을 공명정대하게 앞장서 일을 해야 할 공직사회와 지역 지도층들이 독차지하고 있었던 씁쓸한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당사자들의 반론과 재확인까지 거쳐 ‘풍문’을 ‘사실’로 확인해낸 보도가 시작됐습니다. 강원CBS 보도 이후 각 정당과 시민단체에서는 강원도 감사위원회 조사와 경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확산됐습니다.
보도 이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전직 양구군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됐습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 중 첫 구속사례였습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전국 각 지자체와 경찰의 조사와 수사는 물론 지역의 기자들도 이들을 견제 감시해 국민들의 허탈감과 분노가 해소되길 소망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취재를 위해 힘써주신 강원CBS 최원순 보도국장을 비롯한 보도국 선배 모두에게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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