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문·방송사 20곳 중 19곳 '백신 휴가' 도입

[대부분 접종 다음날도 유급휴가 부여]
조선일보 등 아직 휴가 도입 안 해
연합, 노조 성명 나오고 나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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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기자는 지난달 이른바 ‘노쇼(no show·예약 불이행) 백신’을 맞았다. 취재원과의 접촉도 잦았고, 행사장 등 비교적 사람이 몰리는 장소에 가는 경우도 많아 서둘러 접종을 완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신을 맞자’고 여러 차례 보도하는 편집국 분위기와 달리 회사에 별도의 백신 휴가는 없었다. A 기자는 “맞든지 말든지 하는 분위기가 역력해 결국 내 연차를 썼다”며 “미리 맞은 사람 중 ‘아프다’는 주변 조언이 많아 이틀을 사용했는데 너무 아파 연차를 쓰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쉬지 않았다면 끔찍한 하루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는 기자들이 늘어나면서 언론사들이 속속 백신 휴가를 도입하고 있다. 백신 접종 후 발열과 통증 등으로 근무가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백신 휴가의 필요성이 높아져서다. 다만 일부 언론사에선 아직까지 백신 휴가 도입을 머뭇거리거나, 도입했어도 휴가 일수가 지나치게 짧아 기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는 기자들이 늘어나면서 언론사들이 속속 백신 휴가를 도입하고 있다. 사진은 존슨앤존슨의 얀센 백신 주사약을 한 약사가 주사기에 넣고 있는 모습. /뉴시스

 

기자협회보가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통신사, 방송사 20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일 기준 조선일보를 제외한 모든 언론사가 백신 휴가를 도입했다. 언론사 내 우선접종 대상자가 발생하며 한겨레신문이 선제적으로 백신 휴가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 4월 말부턴 ‘노쇼 백신’ 접종이 가능해지고 도쿄올림픽에 파견될 취재진들이 백신을 맞으면서 KBS, MBC 등 방송사에서도 지난달 초·중순 백신 휴가제를 마련했다. 특히 오는 10일부터 미국 정부가 제공한 얀센 백신의 접종이 진행되고, 30대 이상 남성 기자들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확대될 기미를 보이자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들어 대부분의 언론사가 백신 휴가를 도입한 상황이다. 김슬기 매일경제신문 노조위원장은 “30~40대 남기자가 편집국 인원의 1/3인 100명 정도”라며 “이번에 얀센 백신을 대규모로 맞게 되면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할 확률이 떨어지니 서둘러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 회사에서도 아직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사내에 한 명도 안 나온 만큼 끝까지 방역을 잘 해보자는 차원에서 수월하게 협의를 해줬다”고 말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아직까지 백신 휴가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의무’가 아닌 정부의 ‘권고’ 사항이지만 사보 등을 통해 ‘코로나 백신 접종에 앞장서자’고 독려하는 것과 비교되는 행보다. 이에 조선일보 노조는 지난 3일 노보를 통해 체계적이고 명확한 백신 휴가 원칙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조선 노조는 “예비군·민방위 대원을 대상으로 한 얀센 백신 신청 대상자는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합해 109명이나 되고, 얀센 백신 대상자 상당수가 이번에 백신 접종을 신청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아직 회사 차원에서 공지된 백신 휴가 규정이 없다. 다른 언론사들이 유급휴가 규정을 마련해 적용 중인 것과 상반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몸이 불편해도 억지로 출근하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얀센이 아스트라제네카보다 더 아프다는 말이 있던데 아파서 쉬면서 연차까지 써야 한다면 억울할 것 같다”는 조선일보 기자들의 우려도 실렸다.


이상 반응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단 하루만 유급휴가를 준 곳들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백신 휴가 도입을 거부한 경영진, 무책임하다’는 노조 성명까지 나온 연합뉴스에선 3일 뒤, 접종 당일 또는 다음날 하루만 유급휴가를 쓸 수 있는 백신 휴가제가 도입됐다. 박성민 연합뉴스 노조위원장은 “두 차례에 걸쳐 백신 휴가 도입 촉구 공문을 보냈으나 거부당했고 결국 성명을 낸 이후에야 백신 휴가제가 도입됐다”며 “그러나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했다.


이와 반대로 일부 언론사에선 접종 당일과 다음날은 물론, 이상 반응이 있을 경우 증상이 지속될 동안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등 직원들의 편의를 최대한 배려하는 정책을 내놓아 타사 기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동아일보는 접종 당일과 다음날에 더해 이상 반응이 있을 시 지속 기간 동안 요양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YTN도 유급휴가 이후 이상 반응이 지속될 시 의사소견서 등 증빙에 따라 추가로 유급휴가를 부여한다고 공지했다. 중앙일보도 접종 당일엔 재택근무 후 다음날 유급휴가를 주는 것에 더해 이상 반응이 있을 시 최대 14일을 더 쉴 수 있도록 했다.


인터넷 매체인 뉴스웨이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직원에게 20만원의 격려금 지급까지 공언했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오는 10월까지로, 최대한 빨리 직원들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다. 김종현 뉴스웨이 대표는 “기자들은 대외적으로 활동하면서 취재를 많이 하는데 코로나19 탓에 한계가 있다”며 “이를 해소하고 기자들을 독려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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