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언론의 신뢰도가 하락하며 전 세계적으로 기자 집단에 대한 온라인 괴롭힘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선 특히 남성 기자보다 여성 기자에게, 그 중에서도 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기자들에게 괴롭힘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 지난달 29일 열린 ‘2021 한국언론정보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선 이 같은 현상을 언급하며 여성주의적 관점이나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는 취재 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이숙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와 장은미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자에 대한 젠더화된 괴롭힘 그 현황과 대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여성 언론인에 대한 온라인 괴롭힘은 가뜩이나 비판받는 한국 저널리즘의 젠더, 인권 감수성을 후퇴시킬뿐더러 다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할 또 다른 용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여성 기자에 대한 온라인 괴롭힘은 악성 댓글, 이메일을 통한 괴롭힘, 남성 커뮤니티 내의 성적 학대 및 개인정보 공개, 오프라인에서의 실질적인 폭행 등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최근엔 악성댓글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지며 이메일을 통한 괴롭힘이 더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메일을 통한 괴롭힘의 경우 노골적인 악성 메일도 있었지만 기사에 대한 제보 또는 ‘팬’을 가장한 뒤 실제로 메일을 열어보면 온갖 더러운 말로 해당 기자의 자질을 비난하거나 성적인 모욕을 유발하는 이미지를 포함한 경우들이 있었다. 특히 젠더 문제를 담당하는 여성 기자들의 경우 남초 커뮤니티에서 ‘조리돌림’을 당하며 외모를 평가당하거나, 기자로서의 능력이 폄하되는 등 성애화된 폭력에 노출돼 있었다.
다만 이러한 괴롭힘에 기자들은 주로 개인적 대응을 하는 데 그쳤다. 기자들은 연구진과의 인터뷰에서 “댓글은 읽지 않고 무시하고 넘어가며, 악의적인 메일 또는 진지한 항의성 메일에 대해서도 자신의 이야기가 남초 커뮤니티에 돌아다닐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회신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SNS 상으로 공격을 받으면 계정을 비공개로 바꾸거나 삭제하기도 했다. 회사의 도움도 충분하지 않았다. 일부 기자들의 경우 회사 법무팀과 대응방안을 상의하거나 자신을 모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고소를 진행했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언론사의 경우 소송비용 및 과정 절반을 오롯이 기자 홀로 감당해야 했다. 특히 악성 메일의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 역시 명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괴롭힘을 당한 기자들은 회사 차원에서의 대응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혐오 발언이 있는 메일 등에 기자가 노출되지 않도록 기술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하거나 혐오 메일 및 전화에 응대하는 방법을 매뉴얼로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특히 연구진은 일부 언론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트라우마 치료 및 상담 기회 제공을 고무적이라 평가했다. 다만 이런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언론사는 현재 한국의 언론 생태계에서 그리 많지 않기에 기자 단체 및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같은 언론 유관기관에서 괴롭힘에 대응하는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건 사후적인 해결이다. 근원적으로 젠더 트롤링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혐오’와 그에 기초한 각종 폭력이 중대 범죄라는 점을 사회가 인식해야 한다”며 “또 젠더 트롤링은 결국 성차별적 발화들을 상품으로 여기는 뉴스 생산 조직 및 플랫폼 사업자의 인식으로 강화되고 있기에 언론계의 전반적인 젠더 감수성, 인권 감수성이 고양되지 않는다면 소속 기자에 대한 젠더 트롤링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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