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광주'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지역 속으로] 전남일보 천인보 프로젝트 '광주사람들' 제작기

이주영 전남일보 디지털디자이너

전남일보가 2020년 1월1일자 1면에 스마트폰 모양의 박스형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전남일보가 야심 차게 선보인 '광주사람들'이다. 허달재 화백을 시작으로 총 1000명을 목표로 시작된 장기 프로젝트다. 전남일보가 기획한 '광주사람들'은 정치인 등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유명인사가 아닌, 우리 주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일상을 소개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광주사람들'은 편집국과 디지털콘텐츠본부 소속 직원들이 직접 취재원을 만나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취재원 섭외, 인터뷰 진행, 영상 촬영, 기사 작성까지 모두 담당자의 몫이고, 1면과 16면 지면에 소개하고 영상은 전남일보 홈페이지를 비롯해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송출하고 있다.


'광주사람들'에 출연한 사람들은 기자들이 직접 취재원을 찾는 경우가 제일 많지만, 취재원이 지인을 소개하기도 하고, 직접 출연 의사를 밝힌 사례도 있다. 지금까지 320여명의 광주사람들이 전남일보를 통해 소개됐다. 

우리 주변 평범한 이웃들의 일상 소개

광주사람들의 '광주'는 사전 등지에서 소개하는 '대한민국의 서남부에 있는 광역시로 전라남도의 중심 도시'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전남일보가 정의한 광주사람들의 '광주'는 지리적 경계를 뛰어넘어 보다 폭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역사적·정서적으로 광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전남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다. '광주에 사는 사람'이 아닌 광주·전남에 살고 있거나, 광주·전남에 살았거나, 광주·전남에 대한 생각이나 추억이 있는 사람 모두가 광주사람들이다.

 

 

1회 광주사람들 허달재 화가(왼쪽), 광주사람들 100회 특집(오른쪽)

 

현재까지 소개된 '광주사람들'의 연령대, 직업군도 다양하다. 취업준비생부터 교사, 아파트 경비원, 의사, 변호사, 초등학생, 자영업자 등이 그들의 일상을 소개하고, 광주에 대한 생각이나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대다수 '광주사람들'은 광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4번째 광주사람 이의형(46·공기정화 식물 판매업)씨는 “광주에 태어나 46년째 살고 있다. 아주 편하고 좋은 고장인데 타 지역 사람들이 광주사람들을 좋지 않게 생각한다. 광주는 사람들이 정도 많고, 맛도 좋은 고장”이라고 소개했다.

 

5번째 광주사람 김병찬(33·공무원)씨는 “대학 진학했을 때부터 광주에서 15년 가까이 살아오고 있는데 제2의 고향 같다. 광주사람들은 마음이 좋고, 어딜 가나 맛있고, 정겹고, 마음이 편한 곳”이라고 전했다.

광주에 대한 애정·‘80년 5월’ 얘기 등

'광주'에서 1980년 5월을 빼놓을 수 없다.

 

287번째 광주사람 홍인화(5·18민주화운동기록관 연구실장)씨는 “광주는 저에게 정의와 사랑이 넘치는 곳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미얀마 사태를 보면 41년 전 광주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군부독재에 목숨 걸고 저항하는 시민,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현실이 그때의 광주와 비슷한 것 같다. 광주는 의향의 도시임과 동시에 그 밑바닥에는 인간애가 있다. 사랑과 더불어 공의가 꽃피어 오르는 광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17번째 광주사람 노임규(65·정신과 의사)씨는 “광주는 많은 기능이 있지만, 다른 도시에 없는 게 하나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인간이 인간임을 방해받을 때, 침해받을 때 어느 도시보다 더 강하게 항거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연령대 속에서 최연소 광주사람도 소개됐다. 바로 310번째 9살 초등학생 김효아양이다. 김양은 “코로나19로 작년엔 학교도 거의 가지 못했는데 올해는 매일 다니고 있어요. 작년에는 집에서 수업을 들어서 심심하고 친구들도 못 만나서 너무 힘들었는데 올해부턴 친구들을 만나서 너무 좋아요. 마스크는 바깥에 나갈 때 항상 차고 있어요. 답답하진 않아요”라는 인터뷰로 일상을 전했다.

 

 

최연소 광주사람으로 소개된 김효아양

 

전남일보를 통해 소개된 320여명의 광주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한 명 한 명 각자 쌓아온 경험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르침이 되고, 새로운 '삶의 길'을 제시하기도 했다.
'광주사람들 기획에 대해 시민들은 "전남일보를 통해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남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이야기들이라서 공감대 형성도 가능하다"며 "코로나19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는 요즘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친근한 프로젝트"라고 호평했다.


또 다른 독자는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광주의 이미지에 맞는 '정(情)'이 잘 느껴지는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공감과 위로가 되어주기도 한다"며 "평소 자극적인 기사들을 즐기지 않는 편이어서 '광주사람들' 같은 편안한 읽을거리가 있다는 것이 하나의 소소한 즐거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전남일보의 '광주사람들'에 참여해 이웃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광주사람들 300회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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