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타임스가 아시아 3개국 매체와 협업해 디지털 성범죄 다큐멘터리 ‘N번방: 악의 평범성, 그리고 디지털 공간’(The Nth Room case: The Making of a Monster)을 선보인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필리핀의 ABS-CBN과 탐사보도단체 PCIJ(Philippine Center for Investigative Journalism), 인도네시아 탐사보도단체 Tempo와 함께한 ‘아시안 스토리’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호주 저널리즘·스토리텔링 후원 재단인 JNI(Judith Nielson Institute)가 지원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평소 교류가 있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제안에 코리아타임스 영상팀이 참여하게 됐다.
지난해 국내에선 ‘n번방’ 사건으로 불리는 텔레그램 성 착취 실태가 알려졌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언론사들은 아시안 스토리 주제를 선정하는 회의를 진행하며 해당 국가에서도 비슷한 양상의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 언론사가 국제 공조의 필요성을 느끼며 디지털 성범죄로 프로젝트의 주제를 결정한 이유다.
지난해 11월 취재를 시작한 아시안 스트리 프로젝트는 제작 기간만 7개월이 걸렸다. 각 언론사의 취재 내용을 공유해 제작한 보도물은 각 매체를 통해 오는 29일 동시에 공개된다. 코리아타임스 취재진은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을 심층 취재하며 ‘n번방’ 사건 피해자들의 영상이 중국의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는 것을 포착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홍콩, 싱가포르, 유럽권에서 나타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성 착취 범죄 케이스를 취재했고, ABS-CBN와 PCIJ는 필리핀 아동 성 착취, 아동 포르노 산업을 다뤘다. Tempo는 인도네시아에서 라인, 텔레그램을 통해 유통되는 디지털 성 착취 사건들을 취재했다.
코리아타임스는 당초 3개월 제작 기간에 3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계획했다. 하지만 주요 인터뷰이가 13명으로 늘어나고, 국제적 양상을 띠는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설명하는 데 30분이라는 시간은 부족했다. 협업 언론사들과 함께 취재·제작 기간을 더 늘리며 다큐멘터리 러닝 타임은 1시간으로 늘어났다. 다큐멘터리 방영 이후 코리아타임스는 시리즈 기사로 후속 보도를 계속할 예정이다.
이민영 코리아타임스 영상팀 PD는 아시안 스토리 프로젝트에 대해 “피해자들이 각국의 여성들만 있는 게 아닌 아시아 국가마다 퍼져있다는 점을 알리고자 한 것”이라며 “적어도 아시아 국가들만큼은 먼저 이 문제를 공유하고 국제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이 문제를 다룬 국내 언론사의 영문 다큐는 없었다. ‘n번방’ 사건 보도가 외신을 통해서도 많이 나왔지만, 해외에선 n번방 사건에 대한 이해가 얕은 수준”이라며 “이 현상이 한국 내 성폭력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진화된 형태인지, 지금 우리의 젠더 문화 속에서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건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 문제가 아시아 국가들끼리 다 연결돼 있다는 걸 자세하게 짚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코리아타임스 영상팀은 다큐멘터리 막바지 작업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시아 3개국 매체와의 협업, 코리아타임스 영상팀의 첫 다큐멘터리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번 기획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민영 PD는 “다큐는 기사 쓰는 것과 또 다르더라. 쉽지 않은 작업이었는데 이제 결과물이 어느 정도 나오니 너무 뿌듯하다”며 “코로나로 인해 각국 현장 취재는 못했지만, 언론사들과 화상 회의를 통해 각국의 디지털 성 착취 사례를 알게 됐다는 점에서 협업이라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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