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 12년이 지났다. 12년 전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휴일 아침 느닷없이 전해진 비보에 기자들은 충격에 빠졌고 언론사는 비상이 걸렸다. 기자협회보는 그해 5월27일자(1470호)를 노 전 대통령 서거 특집호로 제작해 5월23일 오전, 긴박했던 언론사들의 움직임부터 노 전 대통령과 기자협회의 인연, 언론에 던져진 과제 등을 조명했다.
서거 당일, 주요 신문들은 호외를 발행해 전국에 배포하고 다음 날 일요판도 정상 발행했다. 휴일이었음에도 기자들은 대거 호출돼 봉하마을, 부산대 병원 등지로 파견됐다.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은 대부분 취소되고 특집 편성으로 대체됐다. 주간조선이 서거 이틀 전 발행된 제2057호에서 ‘노무현-박연차 게이트’를 주제로 노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다뤘다가 서거 직후 “사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전량 회수한 일도 있었다.
‘박연차 리스트’ 관련 검찰의 무차별적인 수사와 언론 보도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기자협회보는 <검찰 언론플레이…언론도 맞장구>란 기사에서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 비리 관련 보도는 언론이 검찰의 언론 플레이에 이용당한 전형적인 케이스라는 지적”을 전하며 “고도의 분별력을 갖고 경중을 따져 보도하기보다는 현상에만 주목해 개인에게 필요 이상의 가혹한 비판을 가하지 않았나 생각해봐야 한다”는 언론계 인사의 발언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현직 대검찰청 출입기자가 노 전 대통령에게 용서를 구하는 글을 써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한 방송사 기자는 다음 아고라에 쓴 글에서 “저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수많은 기자 중의 한 명”이라고 소개하며 “경쟁의 쳇바퀴 속에서 누군가를 난도질하면서 불감증에 빠져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사과했다.
당시 언론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컸던지, KBS 중계차가 봉하마을에서 시민들의 항의를 받고 철수하고, 덕수궁 앞 임시 분향소에서 촬영기자가 멱살이 잡혀 쫓겨난 일도 있었다. 기자협회보는 ‘우리의 주장’을 통해 “언론은 오늘도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나’란 물음에 대한 여러 분석들을 내놓기에 바쁘지만 정작 언론 스스로를 돌아보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언론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권위주의와 언론권력에 맞섰던 최초의 대통령으로서 그를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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