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그리는 독일의 자화상

[글로벌 리포트 | 독일] 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언론학 박사

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언론학 박사

길고 길었던 락다운이 드디어 해제되는 것일까. 지난 5월12일, 작센주의 라이프치히는 지역 내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수가 급감하고 있으므로 이틀 후부터 이동제한과 집합제한, 상점영업제한 등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4일 금요일, 라이프치히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칼-리브크넥트가(街)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카페, 레스토랑, 선술집, 간이매점 등에서 외부 좌석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벗고 삼삼오오 자리 잡은 사람들 덕분에 거리는 실로 오랜만에 번화가다운 활기를 되찾았다. 물론 아직은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남아 있기에 만석이 된 것은 아니고, 완화조치를 급하게 발효한 탓에 미처 준비하지 못한 주점들은 닫혀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한 해 동안 적막했던 것에 비하면 한나절 만에 생기가 넘치는 풍경이 되었다.


독일은 지난해 11월부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락다운 상태가 지속되었고 올해 4월 말에는 긴급브레이크 조치가 독일 전역에 발동되었다. 그 후 약 4주가 지난 현재, 신규확진자 수가 급감하면서 각 주에서는 지역 상황에 따라 긴급브레이크에 대한 완화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RKI(최근 7일간 인구 10만 명 당 확진자 수)지표가 30 내외로 측정된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는 집합제한 기준을 완화했고 식당이나 체육시설도 제한적이나마 이용 가능하도록 했다. 그 외 RKI지수가 50 이하로 집계되고 있는 함부르크주와 브레멘주, 니더작센주, 브란덴부르크주 등에서도 각종 규제가 느슨해지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신규확진자 수가 감소하는 데는 락다운 조치에 따른 대인 접촉 제한과 의무화된 마스크 착용, 신속 진단키트에서 음성판정을 받은 사람만 이용 가능한 시설의 확대, 접종우선순위에 근거한 백신 접종자 수 증가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외면으로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내면에는 아직 문제들이 산재한다. 신속 진단키트는 한계점이 지적되며 완전한 신뢰를 받지는 못하고 있고, 백신은 수요보다 부족한 상태다. 접종 우선순위에서 배제된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층들의 불만도 풀어야 할 숙제다. 여기에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일원화된 정책이 부재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달 말, 전국적으로 동일 기준을 적용하여 락다운 조치를 시행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과 이해관계자들의 압력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합의에 균열이 만들어졌는데, 며칠 전 니더작센주가 지역 내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수가 감소하면 상점 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이는 이튿날 바로 부정되었지만, 기준적용에 대해 합의가 부재한 독일의 현 상황을 보여준다. 또한 제한적으로 접종을 시행하고 있는 지금조차 백신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연방정부는 6월부터는 우선순위를 없애고 원하는 사람들이 접종받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실효성에 의문이 남는 사안이다. 여기에 정치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사건들이 있다. 백신접종 초기에 몇몇 정치인들이 편법으로 우선순위가 되어 접종을 받아 문제가 되기도 했고, 전직 고위공무원 가족이 연루된 마스크 로비 사건도 현재 조사 중이다.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드러낸 독일의 민낯이다.


이달 말, 독일은 부활절 이후 첫 연휴를 맞이했다. 부활절 연휴엔 모든 상점 영업을 금지하겠다는 조치까지 거론될 정도로 코로나 상황이 급박했지만 한 달 만에 분위기는 바뀌었다. 이번 연휴는 완화된 조치들로 인해 상대적으로 활기차고 편안한 연휴가 되었다. 하지만 독일 사회가 지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보여줬던 모습이 있기에 이번 연휴가 또다시 코로나19 대유행의 기점이 될 것이란 우려는 사라지지 않는다.


코로나19로 그려지고 있는 독일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궁금해지는 연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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