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언론 기사엔 MZ세대 접근 어려운 장벽이… 그걸 무너뜨려야"

기성 언론들 '2030 코너' 선보여
중앙 '밀실', 매경 '스물스물' 등
청년층 목소리 담아 주요 의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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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언론사들이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공략에 나선 지 오래지만, 여전히 서로에겐 미지의 존재다. 뉴스 외에 넘쳐나는 콘텐츠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 신문·TV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게 낯선 뉴스 소비 방식의 변화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나를 위한 뉴스가 없다’는 인식이 2030세대가 기성 매체의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일 수도 있다.


최근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 주요 의제로 삼고, 2030 세대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등 언론들이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뉴스 코너를 선보이며 젊은 독자에 다가서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MZ세대 타깃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자들은 “MZ세대가 뉴스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기성 언론의 기사에 2030 세대가 접근하기 어려운 장벽이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중앙그룹은 MZ세대 독자층 확보에 가장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20대 기자들이 만드는 뉴스’를 표방한 중앙일보 ‘밀실’은 지난 2019년 7월 첫 보도 이후 지금까지 연재를 이어오며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고, 지난 1월 같은 취지로 JTBC 뉴스룸은 ‘구스뉴스’를 선보였다. 뉴미디어 영역에선 ‘밀레니얼을 위한 시사교양 토크쇼’로 브랜딩을 한 ‘듣똑라’가 있고 지난달 15일 시작한 “밀레니얼들을 위한 정치 설명서” 팟캐스트 ‘정글라디오’ 등이 있다.


머니투데이는 2030 세대 독자들의 접점을 찾다 지난 1월 ‘싱글파이어’를 런칭했다. 1인 가구 밀레니얼 세대로 타깃을 더욱 좁히고 이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파이어족(경제적 자유를 빠른 시기에 이뤄 은퇴하려는 사람들) 이슈를 접목한 재테크 정보 콘텐츠다. 주로 파이어족 인터뷰 콘텐츠로 구성돼 온라인 기사와 별도 유튜브 채널로 운영된다.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1월부터 사회부 기자들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대학가, 직장 이슈 등을 전달하는 ‘스물스물’ 코너를 선보이고 있다. 교육팀, 사건팀, 법조팀, 전국팀 등이 있는 사회부가 ‘커버’하는 2030 세대의 시각을 반영한 이슈를 카테고리화 한다는 취지다.


탈 연애, 동성 결혼,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국내 은둔형 외톨이 등은 기존 기성 언론이 발견하지 못한, MZ 세대 코너가 발굴한 이슈들이다. 주류 사회에서 외면받던 정치·부동산·연애·결혼 등에 대한 20대의 시각을 전하는 것도 이들 코너가 담당한다.


밀실을 담당하고 있는 박건 중앙일보 기자는 “처음 취재원들은 의외라며 왜 중앙일보가 이 주제를 다루는지 질문부터 한다는 점이 기존 부서에서의 취재와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밀실 아이템 선정, 데스킹 과정에서 선배들의 개입이 아예 없다고 봐도 된다. 대신 어떻게 하면 또래 독자들에게 기사가 읽힐까 저희끼리 치열하게 고민하고, 수차례 ‘킬’하고 다시 발제한다”며 “최근엔 활동가나 시민단체를 섭외하거나 인터뷰할 때 먼저 ‘밀실 코너 잘 읽었다’는 반응이 오는데 그동안의 시도들이 의미 있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정글라디오를 기획·진행하고 있는 박해리 중앙일보 기자는 “국회 출입기자로 있을 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팟캐스트를 기획하면서 보이더라. 여의도에선 2030 이슈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며 “2030 세대도 정치에 관심이 많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데 이들에게 특히 관심 있는 주제가 뭘지 고민하고 있다. 특히 반응이 좋았던 회차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군소 후보들 인터뷰와 선거 이후 표심, 연애·부동산 등 다양한 생각을 담은 20대 남녀 두명의 인터뷰”라고 말했다.


기성 매체에서 2030 세대의 사안이 주요하게 다뤄지면서 사회 주요 이슈로 조명받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스물스물 코너를 담당하고 있는 김명환 매일경제 기자는 “스물스물 코너와 지면 기획을 연계한 대학생 창업 관련 기획에서 자유로운 창업 활동을 제약하는 정책 문제를 다뤘는데 해당 기사를 본 국회의원들의 호응이 꽤 좋았다”며 “보도 이후 관련 문제에 대한 입법 발의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기사를 전달하는 방식에서도 기존 보도 방식과 차별점을 둔다.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분위기를 보여주기 위해 기자가 정장 대신 후드를 입고 보도하고(JTBC 구스뉴스), 인터뷰이·인터뷰어 모두 반말로 말하는(머니투데이 싱글파이어) 등의 시도들이다. 구스뉴스 코너를 보도하고 있는 정재우 JTBC 기자는 “MZ세대 이야기들이 단순 사건 기사처럼 다뤄지는 게 많다고 봤다”며 “이들의 생각을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고등학생들을 화상 회의 앱 ‘줌’으로 만나 인터뷰하는 등의 여러 연출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글파이어를 기획한 신희은 머니투데이 기자는 “기자들이 취재원과 인터뷰 당일에 만나 명함 주고받고 바로 앉아 인터뷰하는 게 보통이지 않나. 싱글파이어는 기자와 인터뷰이가 서로 반말을 하면서 인터뷰가 진행되기 때문에 항상 사전미팅을 한다”며 “친구에게 나의 노하우를 얘기해 주듯 보다 솔직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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