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대학생 사망 보도, 페이지뷰에 매몰된 건 아닐까

[이슈 분석] 유족 제기한 의혹 그대로 뉴스화
공식 수사결과 발표 전, 언론이 피의자 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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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 손정민씨에 대한 언론보도가 우려를 낳고 있다. 공식 수사결과 발표 전 유족의 의혹제기를 그대로 뉴스화하면서 특정인을 피의자로 여기는 분위기를 만든 행태가 대표적이다. 한 대학생의 죽음을 다룬 이례적으로 많은 보도와 높은 관심은 우리 사회와 언론계에 여러 시사점을 남긴다.


기자협회보가 손씨에 대한 첫 보도가 나온 지난 4월28일부터 5월10일까지 포털 네이버에서 관련 뉴스 수를 확인한 결과 13일 간 나온 총 기사 수는 2458개였다. 해당 기간 ‘한강’에 대한 뉴스 검색결과 중 ‘대학생’(‘한강 +대학생’)과 ‘의대생’(‘한강 +의대생 -대학생’)이 포함된 기사 수를 각각 파악해 합산한 결과다. 4월28일 23건, 29일 74건, 30일 379건, 5월1일 159건, 2일 62건, 3일 258건, 4일 431건, 5일 225건, 6일 264건, 7일 158건, 8일 128건, 9일 86건, 10일 211건의 기사가 나왔다. 하루당 약 189개 꼴이었다.

 

10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앞에서 경찰이 고(故) 손정민 군의 친구 휴대전화 수색 작업에 앞서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보도들엔 손씨 친구를 피의자로 의심케 하는 기사·콘텐츠가 다수 포함됐다. 지난 3일 업로드 돼 11일 정오 현재 622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뉴스1 유튜브 영상 <‘한강 실종 의대생’ 아버지가 밝힌 의문점들...친구는 왜 신발을 버렸나>는 대표적이다. 해당 영상은 사망원인이나 부검결과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손씨 부친의 손씨 친구에 대한 의혹제기 내용을 자세히 전했다. <한강 의대생父 “함께 있던 친구, 방어 기제로 최면수사 안돼”>(중앙일보, 5일), <한강 사망 대학생 父 “아들한테 맹세… 반드시 대가 치르게 해줄 것”>(세계일보, 4일)처럼 부친의 발언·주장을 그대로 기사화하고 인터뷰한 언론보도는 부지기수다. 유족의 의문이 수사과정에 반영될 필요가 있는 의미 있는 얘기란 점과 유족의 발언을 언론이 전하는 건 별개의 윤리를 요구받는다.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6일 ‘지평선’ 칼럼에서 “손정민씨 사망사건에 대해 경찰은 아직 수사 중인데, 언론과 대중은 어느덧 한 사람의 ‘범인’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날벼락처럼 아들 잃은 부모 심정이야 백번 이해하나, 애끊는 고통에서 비어져 나오는 모든 말을 언론이 담아서는 안된다”며 “보도하지 말아야 할 것을 걸러내는 게 언론의 역할이고, 피해자를 만들 위험이 있다면 낙종을 하는 게 옳다”고도 했다.

유족 통해 얻는 부수정보들 기사화, 결정적 보도 안나오고 편견 재생산

언론이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지점은 또 있다. 손씨 친구의 행동에 초점을 맞춰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등을 다룬 보도가 지속 이어진 부분이다. 경찰은 브리핑에서 ‘수사하고 있으나, 자세한 것은 말할 수 없다’고 하는 등 피의사실공표에 조심해 왔는데 그 결과 언론은 공식 취재원으로부터 나온 최소한의 설명을 토대로 뉴스를 제작해야 했다. 결정적 보도는 어려웠고, 결국 유족의 주장이나 추측, 특정 행위나 부수 정보에 집중한 기사가 다수 쓰이며 편견을 확대재생산하는 효과만 야기했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그동안 언론이 보도자료 등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걸 문제 삼았는데 공식적 취재원이 침묵하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뉴스에 반영할 수 있는 취재원이 피해가족밖에 없었고 이에 유족의 목소리가 지배한다는 점에서 특이한 사례”라며 언론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런 보도가 다수 나온 이유론 높은 조회 수가 거론된다. 실제 4월30일 이후부터 현재까지 관련 기사 상당수는 언론사별 많이 본 뉴스 20위 랭킹에 포함돼 ‘수십만 PV’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한강 대학생 사망’ 등으로 검색 시 조회수 1000회 이상 영상만 100건(11일 오후 5시 기준)을 훌쩍 넘는다. 첫 보도 <한강공원서 잔 대학생 나흘째 실종…경찰 수사>(연합뉴스, 4월28일)는 당일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랭킹 20위에 들지 못했지만, 29일 ‘의대생’과 ‘부친이 애타게 찾는다’는 정보가 뉴스에 담기기 시작하고, 30일 손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기사 수와 PV 모두 폭증했다. 이후 유족의 의혹제기와 수사상황 등 기존 기사에 정보 하나씩만 덧붙인 뉴스가 계속 나와 꾸준히 높은 조회수를 얻는 상황이다.

일각 “피해자 만들 위험 있다면 차라리 낙종하는 게 옳을 것”

사안에 대한 뉴스 이용자의 높은 관심 자체가 이례적인 지점도 있다. 안타까움과 별개로 더 충격적인 사건사고는 많기 때문이다. ‘의대생’이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미스터리’가 남았으며, 감정이입할 수 있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라는 존재가 영향을 미쳤을 여지는 있다. 의혹을 받는 상대가 있고, 그 의심을 강화할 재료가 계속 공급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장은 지난 8일 ‘열린라디오 YTN’에서 “언제부터인가 우리 국민들이 ‘국민 탐정놀이’ ‘국민 배심원 놀이’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고인을 추모하고 그의 죽음의 원인을 철저하게 밝혀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하는 것과 말초적 호기심만으로 누군가에 대해 함부로 말을 하는 것은 다르다”고 했는데, 뉴스 댓글 등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일종의 ‘놀이’로서 관심은 차후 우리 공동체에 큰 고민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이번 현상은 기성언론의 ‘뉴스 가치 판단’에 과제가 되는 측면도 있다. 디지털부서를 경험한 한 신문사 기자는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고 하는데, 디지털 부서에 있으면서 ‘개가 사람을 물 수 있다’고 알리는 기사도 실제 많이 보고 의미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많은 온라인 기사가 ‘황색 저널리즘에 가까운 게 사실이지만 봐주는 독자에게 필요한데 공급자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시시한 기사로 치부하는 게 맞는 것인진 고민이 필요하다. 뉴스 가치 판단이 바뀔 지점도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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