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코로나19 화이자(Pfizer) 1차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절차는 간단하다. 두바이 보건청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예약을 마친 뒤 해당 날짜에 방문해 간단한 등록절차를 거치면 바로 1대1 방으로 들어가 접종을 완료하면 된다.
접종센터에 방문한 첫인상은 ‘생각보다 백신접종센터가 아주 체계적이고 크다’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여의도 IFC 건물 한 층을 통째로 빌린 식인데, 두바이에 위치한 수십 개의 접종센터 중 하나다.
접종센터 구역 전체를 몇 개로 나눈 뒤 블록화시켜서 사람들이 한 구역에 어느 정도 모였다 싶으면 그 구역을 폐쇄하고 다른 구역을 오픈해서 사람들을 들어가게 하는 식으로 관리를 한다. 1대1 접종방도 50개가 넘었고, 백신 접종을 마친 뒤에는 커다란 홀에 모여서 약 20분간 기다리게 하면서 혹시 모를 갑작스러운 부작용에 대비할 수 있게 했다.
백신을 맞기 전 접종담당 간호사의 혹시 지병이 있었는지 등의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하면 모든 절차는 끝난다. 며칠 동안 팔이 뻐근할 것이란 말과 함께 주사를 놓고 그날 1차 접종이 끝났다. 1차 백신을 맞자마자 곧바로 휴대폰으로 ‘3주 뒤에 2차 접종 맞으러 오라’는 문자가 왔다. 날짜 예약도 자동으로 됐다. 접종센터 도착 후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채 20분이 안 걸렸다.
과정도 시간도 너무나 부드럽고 빨라서 솔직히 약간 놀랐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이라면 알겠지만 해외 관공서에서 이 정도 속도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건 매우 보기 힘든 장면이다. 그만큼 백신 접종을 왕성하게 하면서 운영 노하우가 쌓인 것일 테다.
UAE는 블룸버그가 매달 집계하는 ‘코로나19 회복력 순위’ 지표에서 작년 11월에는 17위였으나 올해 4월에는 8위로 껑충 올라섰다. 인구 100명당 접종 회분은 이미 105명을 돌파했고, 총 접종 회분도 전 국민 인구를 웃도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세계 백신접종률 2위다.
UAE 접종률은 이스라엘과 비슷하지만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이 최근 마스크 미착용 허용을 발표하고, 여러 규제를 풀고 있는 반면 UAE에선 마스크 착용이 여전히 의무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무거운 벌금(약 50만원)이 부과되며 카페나 레스토랑 테이블마다 3m 이상 떨어져야 하는 규제 등도 여전하다.
이와 같은 정책에서 UAE 지도자의 혜안이 돋보인다. 이들은 일찍이 집단 면역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화이자, 모더나같은 선진국 백신은 아니지만 지난해 중국 백신을 재빨리 확보하고 세계 최초로 백신 긴급사용을 허용한 뒤 본인들이 먼저 이 백신으로 접종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또한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백신을 투여하면서 신뢰도 얻었다. 현재 UAE 두바이에 사는 교민이라면 미국 화이자, 유럽 아스트라제네카, 중국 시노팜 백신 중 어떤 백신을 맞을 것인지 개인별로 예약 단계에서 선택이 가능하다. 차별은 없다. 물론 가격도 전부 무료다.
물론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여전히 2000명대에 육박한다. 하지만 애당초 인구의 90%가량이 외국인 노동자들인 이 나라에서, 말도 문화도 다 달라서 통합도 되지 않는 이들을 데리고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UAE는 왕정국가다. 위기상황에선 강력한 힘을 가진 리더가 신속하게 국민들을 이끄는 것이 때론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단 이것의 문제점은 리더가 변변치 않을 때 나라가 한 번에 망하기도 쉽다는 것일 텐데, 이번 코로나19 사태 대처에 비추어볼 때 똑똑한 리더와 번영하는 국가란 점에서 UAE는 앞으로 최소 몇십 년은 잘 나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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