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어린이 신문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시대상 변화 앞에 놓인 현주소…
사명감 갖고 충성독자 보며 오늘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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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한국일보, 소년동아, 소년조선…. 20세기에 아동·청소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한때 이들 신문의 독자였거나, 최소한 제호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어린 시절 이들 신문을 보고 자란 세대가 어엿한 부모가 되어 이제는 자녀들과 함께 신문을 읽는다는 아름답고 훈훈한 이야기는 현실에서 매우 희귀한 것이 되었다. 어른들도 거의 읽지 않는 종이신문을 어린이 독자들이 즐겨 찾을 리 없다. 특히 출생률과 학생 수의 감소는 시장 규모를 축소시켜 어린이 신문의 앞날을 어둡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어린이 신문들이 여전히 ‘존재’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99번째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 신문들이 처한 현주소를 알아봤다.

 

 

현재 일간지 형태로 발행되는 어린이 신문은 ‘어린이조선일보’, ‘소년한국일보’, ‘어린이동아’ 등이다. 어린이조선일보는 국내 최초의 어린이 신문에 해당한다. 1937년 1월10일 주간 ‘소년조선일보’로 창간해 1940년 조선일보 강제 폐간과 함께 사라졌다가 1965년 복간됐다. 2018년 6월 ‘어린이조선일보’로 제호를 바꾸고 주 5일 발행하고 있다. 소년한국일보는 국내 최초 일간지 형태의 어린이 신문으로 1960년 창간했다. 주 5일, 8면씩 발행된다. 어린이동아는 1964년 7월 ‘소년동아’라는 제호로 창간해 주 2회 발행되다 이듬해부터 일간신문으로 개편됐고 2003년엔 지금의 제호로 바뀌었다. 역시 주 5일, 8면으로 발행되고 있다.


주간지 형태의 신문으로는 ‘어린이경제신문’, ‘소년중앙’ 등이 있다. 어린이경제신문은 1998년 12월 서울경제신문에서 만든 ‘어린이 서울경제’로 출발한 국내 유일의 어린이를 위한 경제신문이다. 타블로이드판으로 16면 발행된다. 소년중앙은 1969년~1994년 중앙일보에서 발행하던 월간지가 지난 2013년 주간지로 부활한 것이다. 복간 당시 32면을 찍다 지금은 24면으로 발행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유튜브 시대에 어떤 어린이가 종이신문을 보겠어? 싶겠지만 발행 부수만 보면 무시할 게 못 된다. 한국ABC협회의 2020년도(2019년분) 부수 조사결과를 보면 어린이동아는 유료부수가 약 5만9000부, 어린이조선은 4만3000부로 일간신문 163개사 중 22위, 27위를 각각 기록했다. 지역지는 물론 중소 규모의 일간지나 경제지보다 높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판매 부수가 가장 빠르게 줄어드는 매체 중 하나이기도 하다. 4년 전만 해도 두 신문의 유료부수는 각각 8만이 넘었다. 어린이조선의 경우 4년 만에 딱 반 토막이 났다.


이는 인쇄 매체 전반의 퇴조와 맞물려 있지만, 어린이 신문은 그보다 더 근본적인 위기에 봉착해 있다. 바로 학생 수 감소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2020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어린이 신문의 주 독자층이라 할 수 있는 초등학생 수는 2011년 약 313만명에서 2020년 269만명으로 줄었다. 잠재적인 독자층이 얇아지니 시장 규모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구독료와 광고 매출만으로는 사실상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가 됐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구독료를 올릴 수도 없다. 현재 어린이동아와 어린이조선 구독료는 월 7000원. 어린이조선이 월 5000원이던 구독료를 현재 수준으로 올린 것도 2년 전으로, 11년 만의 인상이었다.

 

사업적으로만 보면 어린이 신문은 ‘가성비’도 낮고 성장 가능성이 낮은, 사양 매체다. 그런데도 사업을 접을 수 없는 건 일종의 ‘사명감’, 그리고 충성 독자들 때문이다. 어린이 신문은 어린이들이 시사로 세상을 보는 눈을 길러주고 어린이 기자 활동 등을 통해 사회 참여 기회도 제공한다. 게다가 신문에 오·탈자라도 나면 바로 연락이 오고, 어린이 기자 모집 공고에 1000명씩 지원자가 몰리는 등 독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그래서 어린이 독자 참여를 확대하고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영상 뉴스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갈수록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닌 것 같다”며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생존 기간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턴어라운드를 고민하고 있는데 아직 해답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는 디지털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어린이 세대들에겐 디지털이 훨씬 익숙하고, 종이신문을 안 찍으면 인쇄비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일보가 도내 최초이자 유일한 어린이 신문으로 창간한 주간신문 ‘어린이 강원일보’는 창간 60년 만인 2019년 3월 인터넷 신문으로 전환한 바 있다. 중앙그룹 관계자는 “소년중앙을 언제까지 오프라인으로 찍어낼지부터 더 확장해서 디지털화하는 고민 등을 내부적으로 하고 있는 단계”라며 “어린이 콘텐츠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얹혀서 새로운 매체로 나가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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