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7) 정동길을 걷는 이유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인터뷰 하러 회사에 온 박용진·김세연 두 정치인의 사진을 찍기 위해 신문사 앞 정동길을 걸었습니다. 4·7보궐선거를 하루 앞두고 있던 이날, 날씨가 참 끝내줬지요. 이 매력적인 길엔 저만의 사진 포인트가 있습니다. 이화여고 담벼락 앞인데요. 사람들은 덜 다니고, 계절이 잘 드러나는 곳입니다.


회사에서 거리가 200m쯤 될까요. 짬을 내 인터뷰하는 바쁜 사람들을 굳이 이 장소까지 안내하는 이유는 ‘걷는 동안 이 계절을 좀 느껴보시라’는 겁니다. 이 기회가 아니면 일부러 정동길을 찾아와 걷겠나 싶은 것이지요. 두런두런 얘기하며 촬영 장소까지 걸은 두 정치인은 제가 정해준 자리에 섰습니다. 둘의 시야에 말간 아침햇살이 반짝이는 봄의 정동길이 펼쳐졌습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휴대폰을 들어 눈앞의 풍광을 담았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날선 말들에 찌들었을 정치인들이 그 순간 정직하고 순한 계절의 위안을 받기를 바랐습니다. 기자의 의도에 충실하게 반응해준 두 정치인 덕에 사진 한 장을 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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