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호반건설이 보유한 서울신문 지분 19.4%를 매입하기로 했다. 우리사주조합이 호반건설 지분을 매입하게 되면 의결권 기준 53.4%로, 과점 1대 주주가 된다. 현재 서울신문의 지분구조는 기획재정부(30.49%), 우리사주조합(29.01%), 호반건설(19.40%), KBS(8.08%) 등이다.
29일 우리사주조합 사내게시글에 따르면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28일 호반건설과 지분 매매 합의를 맺었다. 호반건설이 보유한 서울신문 지분 전량(19.4%)을 180억원에 매입한다는 내용이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2월 우리사주조합과 맺은 상생양해각서에서 지분매각 의지를 밝힌 가운데 지난해 12월, 지난 23일 지분매각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우리사주조합은 5월6일 ‘호반건설 보유 지분 인수’ 안건으로 임시총회를 열고, 사주조합원 대상으로 동의 여부를 묻는 투표를 5월6일~12일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사주조합은 사내게시글에서 “호반건설 지분을 우리가 매입하게 되면 과점 1대 주주로서 명실상부한 ‘서울신문의 진짜 주인’ 지위를 갖는다. 사장 선출권을 포함해 회사의 자율적 권한과 책임을 우리가 갖게 된다”며 “(매매 대금은) 우리사주조합 명의로 대출하고 이자 비용도 우리사주조합이 부담하는 형식이 될 것이다. 사주조합원 개인이 대출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6월 기획재정부가 ‘한 달여 내 서울신문 지분 공개매각’ 방침을 밝히고, 우리사주조합은 인수 협의 의사를 밝혔지만, 기재부가 지난해 9월 법제처에 우리사주조합과의 수의계약 가능 여부를 묻는 법령해석을 맡기는 등 지분 양수도 논의 진행은 지지부진했다.
지난달 12일 우리사주조합에 수의계약으로 처분할 수 있다는 법제처의 법령해석 발표 이후 기재부는 우리사주조합과 지분 양수도 논의를 갖는 중에도 서울신문 사측에 사장 추천 위원회 절차를 진행하자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우리사주조합은 “지분을 팔고 나가겠다는 주주가 향후 회사를 책임져야 하는 사장 추천권을 행사하겠다는 비상식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사내게시글에서 “기획재정부 지분이 아닌, 호반건설 지분 전량 매입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불가피했다”며 “지분 정리 의사를 밝힌 기재부는 수의계약을 원하지 않았다. 지분 양수도 관련 회의 약속에 무단으로 불참하는가 하면, 고장난 녹음기처럼 ‘사추위’만 되뇌고, 자신들의 30% 지분을 ‘500억원 이상’이라고 공공연히 말해오고 있음이 그 방증”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재부는 현재 서울신문 지분을 계속 가져갈 의사 또한 없다. 공개매각이 가능할 만한 국면을 호시탐탐 노릴 것”이라며 “우리사주조합의 목표와 과제를 총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호반건설 보유 지분 매입이라고 확신했다”고 했다.
박록삼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장은 “우리사주조합은 최근 2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중요한 의결을 했다. 호반건설의 M&A를 막고, 기재부 지분의 공개매각을 막고, 서울신문의 과점 주주가 되자는 것”이라며 “기재부가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은 모습을 보인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호반건설 보유 지분 매입이라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서울신문이 가고자하는 독립언론의 길을 지지하고 존중해준 호반건설의 결정에 깊은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도 서울신문 독립성을 보장할 방안을 마련한다고 약속을 했고 정부의 언론 정책도 언론사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에 방향을 맞추고 있는 만큼 서울신문 구성원들이 과점 주주로서 독립성, 공공성, 자율성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하면 충분히 정부의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며 “사주조합의 결정을 정부가 충분히 지지하고 존중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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