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햇살이 따가운 정오였다. 예년 기온을 10도 이상 크게 웃돈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기 전, 이미 느끼고 있었다. ‘마치 한여름 날씨 같다. 비현실적이다.’
사진 속 장소는 태평양에 위치한 휴양지가 아니다. 봄볕 아래 반짝이는 바닷물,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 일렁이는 파도. 이 모든 것들은 가짜다. 시화 간척지에 조성된 이곳 인공 서핑장에선 사시사철 에메랄드빛 파도를 만날 수 있다. 겨울에는 온수로 채워서 운영한다니, 이 공간에서만큼은 계절이 무색해지는 셈이다. 여름 같은 봄날, 비현실적인 풍경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영화 같은 파도에 놀랐고, 이 모든 게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라버렸다. 봄이 간 줄도 모르게 여름이 왔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