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저녁, 마감을 끝낸 기자 10여명이 서울 정동길에 있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 모여들었다. 10년 차 이하 주니어 기자들로 구성된 ‘기사 연구회’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한달에 한번 이곳 모임에서 내러티브 기사, 탐사보도를 공부하고 있다. 이날 스터디에선 2012년 내러티브 기사 <무죄의 재구성>을 보도한 엄지원 한겨레 기자의 강의가 진행됐다.
2019년 자율적으로 결성된 스터디 모임이 햇수로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건 더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한 기자들의 열의 때문이다. 기사 연구회는 2015년에 입사한 경향신문, 뉴스1, 세계일보 기자들이 추진해 만들어졌다. “다들 별다른 취미 없이, 만나면 기사 얘기만 했다”는 전현진 경향신문 기자의 설명대로 평소 내러티브 기사, 탐사보도에 관심이 많던 기자들이었다. 마침 언론재단에서 운영하는 언론인 학습·독서모임 지원 사업인 ‘저널리즘 카페’를 알게 됐고, 같은 관심사를 두고 있던 후배 기자들을 각자 데리고 오면서 모임이 시작됐다. 현재 기사 연구회에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뉴스1, 서울신문, 연합뉴스,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CBS노컷뉴스 등 다양한 매체의 기자 13명이 모여있다.
전현진 기자는 “최소 한달에 한번은 모여 꾸준히 공부하자는 게 목표”라며 “다들 매번 참석하지는 못하더라도 잘해보고 싶다는 기자들이 모여 있다. 나름대로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고, 좋은 기사 한번 써보고 싶다는 욕심 있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스터디 진행 방식은 기자들이 각자 인상깊은 국내·외 매체의 기사를 공유하고, 비평하는 식으로 진행되다 최근엔 탐사보도, 내러티브 기사를 시도한 기자, 작가 등 글쓰기로 유명하다는 전문가들을 섭외해 강의를 듣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 권석천 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박재영 고려대 교수, 이문영·엄지원 한겨레 기자, 은유 작가 등이 강사로 참여했다.
사회부, 탐사기획부, 디지털부서 등 소속 부서는 다양하지만, 기사 연구회 기자들은 모임에서 배운 것들을 실제 기사에도 적용하며 본인만의 기사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1년째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고혜지 서울신문 기자는 “탐사기획부에 있으면서 공부했던 걸 적용해서 써보려고 하는데 내러티브 방식이 국내 언론사 지면에서는 안 맞는 부분도 있어 여러 버전을 써보고 있다”며 “모임에 참여하는 선배들도 법원 관련 기사를 스토리 위주로 쓰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퇴근하고 스터디에 간다는 게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과제가 따로 없고, 부담 없이 각자의 경험과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좋다. 기자들끼리 서로 고충을 얘기하고 같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라 오히려 스트레스 풀러 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전현진 기자는 “박재영 교수님 강의 중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내러티브를 시도해보라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며 “최소한 기사 리드만큼은 내러티브 방식으로 시작하는 식으로 내 스타일을 만들어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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