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과학잡지 ‘과학동아’가 점자 지면을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과학동아는 장애인의 날이 있는 4월호(424호) 잡지에 특별한 지면을 포함시켰다. 장애인의 정보기술 접근성을 다룬 기사 <음료, 음료, 음료…. 이 중 어떤 음료수를 선택 하시겠습니까?> 다음에 이를 요약한 점자 지면을 넣은 것. 해당 지면은 실제 점자의 요철을 종이에 박아 넣었다.
윤신영 과학동아 편집장은 “기획회의에서 발제가 나왔는데 다듬는 과정에서 점자를 넣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종이 매체로서 온라인 기사, 음성기사, PDF는 하는데 단 한 번도 잡지에 시각 장애인 배려를 한 적이 없었구나 싶었고, 종이 매체로서 물성을 가진 특성을 활용해 보자 해서 나온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장애인은 점자를 대부분 못 읽으니 QR코드를 넣어 오디오로 기사내용을 알 수 있게 했는데 역지사지를 해보는 과정에서 우리가 깨달은 만큼 독자들이 생각해보는 계기는 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처음 해보는 도전엔 어려움도 있었다. 인쇄소에선 점자를 넣어본 적이 없다며 당황스러워했다. 점자가 눌려 나올까 잡지가 나올 때까지 노심초사 하는 일은 덤이었다. 점자 인쇄엔 금속 틀을 짜 새기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비용도 몇 백만원이 더 들었다.
이 같은 시도는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공감대 확대는 물론 디지털 시대 프린트 매체가 종이란 물성이 줄 수 있는 경험을 극대화한 시도로서 의미가 크다. 앞서 ‘2019 한국편집상 대상’을 수상한 동아일보의 <밤 10시 수능 끝! 271쪽 점자 문제 다 풀었다> 같은 시도가 나온 바 있지만 언론계에서 흔한 일은 아니다. 해당 뉴스는 전국에서 가장 긴 시간 수능시험을 치른 시청각 장애인을 인터뷰 한 기사 제목을 마치 실제 점자 같은 그래픽으로 표현한 경우였다.
윤 편집장은 “점자 번역을 위해 사람까지 섭외했는데 점자 인쇄소에선 한글 텍스트를 주면 곧장 점자로 인쇄가 된다는 걸 알게 된 것처럼 저희도 이번에야 알게 된 게 많았고 다 처음이었다. 평소 진득하니 관심을 가져왔다면 덜 할 텐데 이벤트성이라 조심스럽기도 하다”며 “장애인들 중 점자를 아는 비중이 줄어드는 등 해결책일 순 없을 텐데 종이잡지가 장애인의 정보접근성과 관련해 말뿐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시도를 한 것으로 봐주시면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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