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경영진이 지난 12일 스포츠서울 노조에 정리해고 대상자 16명을 통보한다는 공문을 보내면서 스포츠서울 대량해고가 가시화됐다. 사측이 예고한 정리해고 대상자는 전체 직원의 22%이다. 스포츠서울 구성원은 현재 대표가 공석이고, 최근 임원급 부서장 채용 공고를 낸 점 등을 들어 사측의 정리해고 방식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 12일 스포츠서울 사측은 최승욱 스포츠서울 대표 명의로 보낸 ‘긴박한 경영 위기에 따른 정리해고 실시의 건’ 공문에서 대상자 16명에게 경영상 해고 예고 통보를 하고,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계획 신고서’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또 5월13일에는 경영상 해고를 실시한다고 적시했다. 사측은 공문에서 “상장유지 및 흑자구조로 개편할 여력이 없는 현 구조에서는 불가피하게 정리해고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절실한 상황”이라며 “어렵지만 고통 분담을 위한 동참을 기대하는 바”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사측이 공문에서 제시한 정리해고 일정은 대표 공석으로 인한 절차상 문제가 제기되며 연기된 상태다. 최승욱 대표는 지난달 사직서를 내며 현재 장기 휴가 중인데 정리해고 예고 공문이 최 대표 명의인 것으로 알려지자 최 대표 측의 항의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회사인 스포츠서울은 대표이사가 이사 3명 이상이 참석하는 이사회를 소집해 정리해고 안건을 의결해야 한다. 노조는 대표이사가 공석인 상태이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로 이사회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스포츠서울지부는 지난 14일 사측에 보낸 공문에서 “회사는 정리해고를 위한 기본적인 절차인 이사회 소집과 결의조차 진행하지 않았고, 노조에 전달한 ‘정리해고 실시’ 예고 공문 또한 대표이사의 재가 없이 전달됐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신규 채용을 금지했다고 적시했지만, 이미 회사는 지난 2일 연예 및 스포츠부서장 각 1명에 대한 채용을 진행 바 있다. 회사가 주장하는 정리해고 정당성과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5월 스포츠서울 기업회생 과정에서 당시 서울신문STV 컨소시움(현 서울STV)은 스포츠서울을 인수했다. 김상혁 서울STV 회장을 새 대주주로 맞은 이후 스포츠서울 경영진은 계속된 적자를 이유로 구성원에게 인원 30% 감축과 임금 삭감을 예고해 갈등을 빚어왔다. 2019년 12월 한차례 희망퇴직을 시행했던 스포츠서울은 새 대주주가 들어온 뒤에도 지난 2월 희망퇴직과 2주간 휴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얘기만 돌던 정리해고가 사측의 공문 발송으로 명확해지면서 스포츠서울 내부는 뒤숭숭한 상태다. 스포츠서울 A 기자는 “일도 손에 안 잡히고, 거론되고 있던 대상자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절차 문제 때문에 정리해고가 늦춰져 마치 희망 고문처럼 돼 분위기가 더욱 침체돼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인수할 당시 대주주는 포부를 드러내며 대대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했지만, 그 말은 휴지조각이 됐다. 사측이 명확한 흑자 전환 계획을 밝히면서 정리해고를 하면 그나마 설득이 되겠지만, 매출을 이유로 사람을 자른다는 방식이라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라며 “내가 희생해 나가도 회사의 방향성, 미래가 보이지 않아 마음 놓고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 기자는 “지금도 편집국 인원이 많지 않아 우려가 크다”며 “최근 사측이 임원 공고를 낸 것도 의아하다. 인건비 감축을 위해 정리해고 하겠다면서 또 다른 사람을 채운다는 건데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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