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지상파방송사인 kbc광주방송과 ubc울산방송의 최대주주가 자산총액 10조원을 넘는 대기업 집단에 지정될 것이 유력해지면서 해당 기업의 지분매각, 대주주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두 방송사 구성원들은 반복되는 대주주 리스크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5월 초 대기업 집단을 지정해 발표하는데, 이번에 자산총액 10조원을 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 집단에 광주방송 최대주주인 호반건설과 울산방송 대주주인 SM그룹(㈜삼라)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방송법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지상파방송사 지분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호반은 특수관계자를 포함해 광주방송 지분 39.6%를 소유하고 있으며, 삼라는 울산방송 지분 30%를 갖고 있다. 만일 예상대로 내달 1일 공정위 발표가 날 경우 방통위는 방송법 제8조제13항에 따라 6개월 이내에 위반 사항을 해소하라는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또한, 호반과 삼라는 10%를 초과하는 지분에 대해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결국, 호반과 삼라는 10% 초과분에 해당하는 지분 혹은 지분 전량을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광주방송과 울산방송의 대주주가 교체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부 언론에선 다른 계열사 매각이나 분리를 통해 자산총액을 낮출 가능성도 제시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공정위 감독 아래에 있기 때문에 계열 분리를 맘대로 할 수도 없고, 승인도 쉽게 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로선 처분을 받고 그다음에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소유·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구성원들의 불안감도 크다. 광주방송은 지난 2011년 호반이 경영권을 인수할 때까지 16년간 대주주가 5번이나 바뀌었다. 울산방송도 개국 이래 24년 동안 대주주가 5번 교체됐다. 삼라가 울산방송의 최대주주가 된 지도 만 2년밖에 안 됐다. 김영곤 전국언론노조 울산방송지부장은 “지상파방송의 위상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새 주인을 찾게 되면 6개월에서 최대 1년은 불안정한 상태로 표류하게 된다”며 “언제까지 이런 불안정성이 계속돼야 하는지, 6개월 넘게 회사가 둥둥 떠 있는 게 회사의 미래를 생각할 때 바람직한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지분 소유제한을 완화해달라는 요구가 해당 기업들은 물론 방송사 노조에서도 조심스레 나오는 이유다. 방송법의 해당 규정은 지상파 여론 독과점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유료방송과 인터넷 매체가 발달한 지금 시대, 지역 민방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김남효 전국언론노조 광주방송지부장은 “지역 민방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할 때 경영과 고용의 안정, 방송편성의 독립을 위해 대기업 지분이 있는 게 그나마 안정된다고 볼 수 있다”며 “대신 재허가 심사를 신중하고 명확하게 하거나 사장 임명동의제 등 강화된 조건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당장 10조원이 넘으니 나가라, (대주주를) 바꾸라고 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민방을 위한 소유제한 완화가 자칫 다른 기업에 어부지리를 안기거나 예상치 못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SBS의 지주회사인 태영이 대표적인 예다. 태영그룹 역시 조만간 자산총액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언론노조는 소유제한 완화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고, 지역 민방 노조들도 원론적으론 공감한다. 김영곤 울산방송지부장은 “언론노조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형 자본이 지상파방송을 휘두르거나 이익 편취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면서도 “전국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중앙 방송과 지역 민방을 동일한 잣대로 보기는 어렵지 않나”라고 했다.
방통위는 공정위의 대기업 집단 지정 발표를 앞두고 이달 초 광주방송과 울산방송 노사 양측을 불러 소유제한 위반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도 소유제한 완화를 검토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방통위는 일단 특정 방송사를 위한 소유제한 완화는 없을 거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호반과 삼라가 실제 대기업 집단에 지정되더라도 방통위로선 시정명령 외에 별다른 조처를 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이후 소유제한 위반 상태인 MBN도 사실상 ‘버티기’ 중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공정위 발표 이후 전체회의에서 광주방송, 울산방송에 대한 시정명령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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