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자협회들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대행 수수료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언론재단이 독점적으로 대행하고 있는 정부광고 수수료가 과다하다며, 수수료율 인하를 위한 공동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다. 지역 기자협회들은 현행 수수료를 일괄 인하하거나 광고 매출액에 따라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언론재단에 촉구하기로 했다.
경기인천·경남울산·광주전남·대구경북·대전충남·전북·제주도 등 7개 지역 기자협회는 올해 초 두 차례 협의회를 열고 정부광고 대행 수수료와 관련한 협력사항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지역 기자협회가 문제 삼은 정부광고 대행 수수료는 언론재단이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 시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공법인 등의 광고를 대행하며 받는 10%의 수수료를 말한다. 언론재단에 따르면 수수료 수입은 2018년 702억원, 2019년 798억원에 이어 지난해 876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김대환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장은 “언론재단의 1년 예산이 900억원 가량인데 이 가운데 90%가 넘는 830억원 가량이 위탁수입”이라며 “사실상 대부분의 수입이 개별 언론사 광고 수수료인 셈이다. 물론 재단은 지역에 한해 몇 년 전부터 공익광고를 통해 수수료의 3% 가량을 되돌려주고 있지만 여전히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지역 언론의 경영상황이 악화하며 언론재단의 지원이 미흡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조윤성 중부일보 지회장은 “2018년엔 지역지 정부광고가 전체 정부광고의 43%, 2019년엔 41%를 차지했다”며 “그런데 2018~2020년 8월까지 언론진흥기금을 통한 언론사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이 중 지역지에 지원된 금액은 총 지원 금액의 12.7%에 불과하다. 지난해 지역지 매체수가 583개로 중앙지의 2배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매체 당 지원금액은 차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제주도기자협회에선 지난해 말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제주언론진흥재단’의 설립을 본격 추진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권한으로 돼 있는 제주도 내 공공기관의 광고 의뢰와 홍보매체 선정 업무를 도로 이양해, 지역 언론에 돌아가는 광고 금액을 늘리고 수수료 수익도 언론 지원사업에 쓰겠다는 것이다. 박정섭 제주도기자협회장은 “학계 및 도의원들과 지속적으로 얘기를 나누며 관련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기자협회들은 제주언론진흥재단 설립이 가시화하면 이를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언론재단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또 현행 수수료 10%를 중앙언론의 경우 7%, 지역 언론엔 5%로 일괄 인하하거나 언론재단을 경유하는 정부 및 공공기관의 광고 매출액에 따라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도 지속적으로 촉구할 계획이다. 최권일 광주전남기자협회장은 “현행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지역별로 언론재단 설립을 추진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언론재단을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기자협회들의 강경 대응에 언론재단도 최근 지역을 돌며 지역 기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다. 이달 초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와 경기인천기자협회를 만난 데 이어 다음 달 중순까지 대구경북 경남울산 광주전남기자협회 등과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민 언론재단 경영기획실장은 “정부광고 가운데 방송·통신 광고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분할 대행하는 법안까지 나온 상황에서 단순히 수수료율을 낮추면 그 파급력이 엄청날 것”이라며 “다만 지역 언론 상황이 안 좋다는 데 공감하기에 그동안 실시했던 공익광고 3% 환원 등을 소상히 설명 드리고 있다. 어떻게 하면 지역 언론 지원을 더 확대할 수 있을지 우회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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