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세계기자대회(World Journa lists Conference)’가 19~20일 양일간 개최돼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해 올해로 9회를 맞은 행사는 세계 50개국 기자 7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며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진행됐다. 각국의 상황과 현실은 제각각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후위기 등 인류 공통의 과제 앞에 세계 언론인들의 인식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개회사에서 “나라와 성별, 피부색, 이념은 달라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냉철한 가슴으로 진실을 알리고 자유와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저널리스트라는 사실”이라며 “저널리스트로서의 소명을 다하고 인류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할 수 있도록 많은 의견과 조언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언론의 역할은?
행사 첫날인 19일 정민호 한국기자협회 국제교류분과위원장(코리아타임스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콘퍼런스에선 국내·외 언론인 등 26명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전망과 언론의 역할’에 대해 발제했다.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는 ‘K-방역의 성과와 사생활 보호’, ‘가짜뉴스와 제3자 효과’, ‘백신과 강대국의 독점’ 등 측면에서 코로나19가 남긴 과제를 전했다. 그는 “가짜뉴스만큼 위험한 게 제3자 효과다.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신고됐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는 보도의 의미를 지식인들은 본인들만 알 수 있다고 판단하고 보도 자체가 나쁜 일이라고 봤는데 결국 대중은 조사가 끝나기도 전 백신이 원인이 아니란 기사를 봐야 했고, 백신 불신의 감정이 깊어졌다. 대중이 혼란스러워 할 것이란 성급한 결론이 오히려 신뢰도를 떨어뜨렸는데 숙제가 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아울러 QR코드로 모든 사람의 출입기록을 한 달 간 정부가 관리하는 현 개인정보 수집은 초법적 방식인 만큼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적정점을 찾는 게 주요 이슈”라고 했다.
전영일 통계개발원 원장은 “증거(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입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론인들 역시 데이터가 유인하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감염재생산 지수(R)’를 도출하는 과학적 모델링 구조를 설명, “한국에서도 실제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 모델을 일관되게 활용했다”며 “포스트코로나 시대 기자들의 DNA는 데이터에 기반하고(Data-based), 네트워크를 주도할 수 있으며(Network-driven), 이를 통해 민첩히 행동할 수 있는지(Agile)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가짜뉴스만큼 위험한 ‘제3자 효과’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따뜻함’이란 키워드로 ‘비대면’ 시대 언론의 역할을 제언했다. 그는 “비대면에는 상승된 효율성에 비해 온도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사람들이 느끼고 싶어 하는 따뜻함은 기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날카로운 비판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지만 차가워질 수밖에 없는 시대, 따뜻한 소식을 전달하는 역할에 관심 가져야 하고 언론이 가교가 돼야 한다”고 했다.
세계 언론인들은 코로나19 관련 자국의 상황과 언론 현실에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키르티코튼 블로우 PBS월드 보도국장(태국)은 “선거보다 쿠데타를 더 많이 겪은 태국에서 자기검열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가 자신의 재량으로 언론 매체를 폐쇄할 수 있는 권한을 부활시켰지만 수많은 언론인들은 정부나 공기관이 발행하는 자료를 단순히 베껴 보도하는 안전한 길을 택했고, 이에 태국에선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노릴라 모흐드 다우드 말레이시아월드뉴스 선임 에디터(말레이시아)는 “지난해 3월 집권한 정부는 언론자유를 보장한다고 주장했지만 기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코로나19 기간 정부기관은 정부가 소유하거나 연계된 주류 언론만 기자회견에 초대하길 원했다. 지역언론에 가짜뉴스 방지를 명분으로 언론자유를 제한한 조례 공표도 있었다. 이에 기자들이 언론협의회 설치를 요구해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미디어산업 변화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었다. 토비아스 카이저 디벨트 EU특파원(독일)은 “언론사 비즈니스 모델에 위기가 닥쳤다는 점은 두렵지만 기회가 된 측면도 있다”며 “최근 회사는 유료 구독자만 기사 아래에 댓글을 달 수 있게 했는데 구독으로 이어졌고 토론의 질도 향상됐다. 여러 실험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프랭크 맥낼리 아이리시타임즈 칼럼니스트(아일랜드)는 “지난해 편집담당 1명이 양성판정을 받아 신문사 160년 역사상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했다”며 “최근 호주와 뉴질랜드를 부러운 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최악의 코로나 상황을 피했을 뿐 아니라 호주 정부가 지난 2월 페이스북에 레거시미디어로부터 가져오는 콘텐츠 비용을 지불하도록 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인데 아일랜드에서도 해결책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 해결 위해 언론은?
2일차인 20일엔 세계 언론인 등 23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구촌 기후 문제와 언론의 역할’ 콘퍼런스가 진행됐다. 장다울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정책전문위원은 “수치와 그래프만으로 전할 때 기후변화 문제는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쉬운 방식의 스토리를 통해 시민들의 일상 경험과 삶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연결하는 역할을 언론이 해야한다”며 “사람들은 자신의 성향과 가치관에 기반해 사안을 받아들인다. 더 많은 공감과 지지를 위해선 식량안보, 경제발전, 일자리창출 등 다양한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다뤄 단순히 이상기후만의 문제가 아니란 점을 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급성을 얘기하면서도 패배주의로 연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문제 악화가 아닌 해결에 언론이 공헌해야 한다고도 했다.
수치와 그래프만으로 전할 때 기후변화 문제 잘 와닿지 않아
윤지로 세계일보 환경부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5월 ‘그린뉴딜’과 11월 이산화탄소의 실제 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는 ‘넷제로(Net Zero) 선언’을 터닝포인트로 기후변화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자세가 많이 달라졌다면서도 “한국 언론은 정부와 기업의 구호를 전달하는 데 바쁜 것 같다. 검증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라 진단했다. 그는 “에너지 정책은 그나마 감시의 눈길이 있지만 농림어업, 교육, 복지, 고용정책과 그린뉴딜의 정합성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고 재보궐 선거 공약 역시 질적으론 기대 이하 내용이 많았다”며 “유행어가 된 외침 속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내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위장환경주의)’에 속지 않는 게 언론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기후문제가 지구촌 공동의 문제란 점은 세계 언론인들이 전한 각국의 상황에서도 충분히 드러났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도 동해안 17km 지역이 수몰돼 사람이 거의 살지 않게 됐고’, ‘매년 가나인 3000명이 공기 중 독성 화학물질 흡입에 따른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아랄해가 말라 식수 부족은 물론 양식·해운업이 어려워지고 겨울철이면 전기를 수입해야 하는 현실’을 전하기도 했다.
공동 대응을 위한 협력의 필요성에 뜻을 모으며 세계 언론인들은 함께 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바스찬 아우야넷 나우디스뉴스 기자(우루과이)는 “글로벌 기후변화는 모든 국가의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세계 언론인과 뉴스룸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나시르 아이자즈 신드 쿠리에르 편집장(파키스탄) 역시 “기후 변화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 전세계 언론인은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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